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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12. 2024

하노이 호안끼엠의 아침

속도를 높이면 빨리 갈 수 있지만 속도를 늦추면 주위를 돌아볼 수 있다

 하노이에서 3년을 생활했건만, 이곳에 다시 오면 꼭 다시 들르는 관광명소가 있다. 호안끼엠 호수이다. 호수의 자연 경치도 주변이 모두 관광염소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호안끼엠 주변 도심 상권과 짱띠엔 백화점의 Renewal 상황을 눈으로 보고 시내에 있는 빈콤센터들을 둘러보기로 하고 우선 짱띠엔 백화점 쪽으로 향했다. 9시가 조금 넘었는데 아직 오픈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아침 운동 겸 호안끼엠을 한 번 돌아보기로 했다. 사실 호안끼엠은 최소 10번은 왔었을 것이다. 친지들이나 지인이 오시거나 직장 상사가 방문하시면 한 번은 모시고 와야 할 곳. 하지만 코스는 항상 잠깐 차에서 내려 호수 안에 있는 사찰을 방문하고 호수 안에 있는 탑을 배경으로 사진 한 방 찍고 다시 차를 이용하여 다른 관광 코스로 옮기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산책하듯 호수 주위를 돌아보기로 했다. ‘2~30분이면 충분할 거리이고 운동도 되고…’라는 생각으로. 

호안끼엠 호수 고목

 제일 처음 놀란 것은 옆으로 쓰러져 머리를 물속에 쳐박고서도 꿋꿋하게 아니 너무나도 싱싱하게 자라나고 버티고 있는 나무의 모습이었다. 나는 조그만 시련에도 힘들어서 앓는 소리를 하는데… 

 경외감을 갖고 눈을 돌리니 이번엔 꼬마 천사들이 나의 눈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내가 아이들을 특별히 좋아하기도 하지만 내 생각엔 누구라도 이 모습을 보면 환한 웃음이 절로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여운 천사들. 요 녀석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리타이 또 리왕조의 대왕님을 만나러 여행을 온 것이다.

공원에서 아침 운동을 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

 호수 주변 구석구석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거의 호수의 반쯤을 돌았을까?’ 항상 가 보았던 사찰이었지만 이번에도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 사진 찍는 것을 별로 좋아했던 성격이 아니어서 지금 갖고 있는 과거의 사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호안끼엠 호수를 그림에 담고 있는 학생들 모습

 거북이와 선조들을 모신 제단을 사진기에 담기도 했지만 내 마음에 드는 장면은 사찰 앞의 다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많이 오가는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데생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찌 되었건 열심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호수 주위를 거의 돌아왔을 때쯤이다. 무언가 옛날 건물 같은데 인부들이 문 앞에서 바닥 정리를 하고 있었다. 도로를 건너가 들어가 볼 수 있냐고 물으니 “들어가라” 하신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 아이들이 리타이또 동상에 참배를 하고 나왔었는데 그 호수의 맞은편에 우리로 말하면 종묘가 있었던 것이다.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옆에 위치한 종묘 전경

 멋 모르고 종묘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었는데 그때 관리하시는 분이 나와 손을 저으신다. 다행이다. ‘한 장 찍었는데…’

리타이또 동상이 모셔진 사당

 이 영정의 뒤편에는 선조 왕들의 위패가 일렬로 모셔져 있었다. 종묘 밖의 안내문에는 ‘레 러이’라고 명기가 되어 있는데 영정에는 ‘리 타이 또’라는 이름만 있어 사진 촬영을 막으신 분께 여쭤 보니 ‘레 러이’가 ‘리 타이 또’라고 하신다. ‘이런 베트남에 9년을 있으면서, 베트남에 대한 역사 기초자료도 만든 사람이… 쩌이 어이(trời ơi, 맙소사)다. 정말’ 


 하노이 아침 호안끼엠 호수를 한 바퀴 돌면서 베트남에서 모셨던 대표님이 하셨던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속도를 높이면 빨리 갈 수 있지만 속도를 늦추면 주위를 돌아볼 수 있다”

 그때는 왜 그리 빨리빨리였는지... 이젠 속도를 늦추고 주위를 돌아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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