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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20. 2024

베트남 이웃사촌

같이 하면 더 빠르고 더 커지는 것을...

 이제 한국에서 ‘이웃사촌’은 듣기 어려운 단어가 된 듯하다. 

 반면 베트남에선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현실에서 수시로 실감 날 정도로, 이웃과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환대하고 친한 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엄마의 손에 이끌리거나 안겨 매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자는 아이들을 무척 좋아한다. 아이들을 보면 “안녕! 아이 이뻐라” “안녕 Bye bye”라고 하면서 아이들을 반기곤 한다. 그러면 엄마들은 아이에게 “삼촌 안녕하세요” “삼촌” 이라며 배꼽인사를 가르치며 내게 인사를 시킨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같은 층에 사는 아이들은 나를 보면 인사하며 달려와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는 듯 머리를 내밀기도 한다. 아이들이 불쑥 내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려고 해서 당황한 적도 있다. 

 이런 현상은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아파트의 경비 아저씨들도, 쇼핑몰의 보안 담당자들도 오갈 때마다 “출근해?” “이제 퇴근해”라면서 항상 인사말을 건넨다. 나도 이젠 그런 모습에 익숙해져서 길에서 처음 사람이라도 얼굴이 마주치고 웃으면 서로 인사를 하며 지나치곤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매장에서 또는 길에서 마주쳤을 떼, 나를 보고 “안녕 Mr. HAN”이라며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었다. 한국 고객들 중에서도 성을 잘 몰라 그저 직책을 부르는 경우가 허다한데, 베트남 사람들에겐 이름을 외우고 친숙하게 인사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다. 일전에 한 번 언급했던 것처럼, 난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낸다. 외국인도 안다.라는 식의 일종의 과시라고나 할까?

 

 실제 베트남 사람들을 만나 누구를 소개받는 경우, 그 사람은 십중팔구 소개하는 자가 형 또는 동생이라고 한고 심지어는 삼촌, 아버지라고 한다. 모두 가족의 일부인 것이고 사촌인 것이다. 


 사업과 관련해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아버지를 소개해 준다며 그분의 집에 데리고 간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나이 차이가 너무 나는 듯해서 몰래 진짜 아버지 맞냐고 조용히 물어보니, ‘양 아버지’라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저 자기가 아버지처럼 모시는 분이라는 것이었다. 勢를 불려서 자기를 포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서로 돕고 화기애애하고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보기 좋기도 하고, 한국의 60~70년대의 모습을 보는 듯해서 그리움이 들 때도 있다. 설이나 추석 때면 사촌을 포함 모든 가족들이 모여 옹기종기 몸을 부딪히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 무리는 밖에 나와 놀이를 하던 때가 생각나기도 한다. 물론 한국도 옛날에 그랬듯 지금 여기서 ‘이웃사촌’이 행동을 구속하는 경우도 있다. 무슨 일이 하나 벌어지면 그다음 날 모든 사람들이 알아 버리는 것이다. 고양이가 집을 나간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도 내게 “고양이 돌아왔냐?”라고 묻기도 하고, “어제 누구와 어디서 술을 먹었지? 취한 것 같더라” 라며 웃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아직 서로 웃으며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정이 느껴지는 생활이 가능한 곳이 베트남인 것 같다. 우리도 어쩌면 그렇게 '이웃사촌'으로 서로 챙기고 어려움을 같이 이해하고 어려움을 헤쳐나갔기 때문에 한국이 발전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산의 사촌 형과 동생이 우리 집에서 일 년 넘게 공부를 한다고 같이 살기도 하고, 나도 방학 때면 부산 이모집에 가서 방학을 보냈던 기억들이 새롭다. 서로가 십시일반 나누고 살펴주면서 공동체를 키웠기 때문에 발전도 그만큼 빠르고 크지 않았을까?


 뉴스에서 주차문제로 싸움이 벌어졌다거나, 층간 소음 문제로 살인사건으로 번졌다는 기사를 보면서 각박해진 한국의 모습에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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