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정호 Sep 16. 2024

가족 친밀감, 등교에서부터 시작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한국에 계시는 어머님께 안부 인사를 드린다. 매장에 도착하여 정리하고 전화를 드리기 위해 6시가 조금 지난 시각 아파트를 나서려는데 학생들과 꼬마 아이들이 등교를 준비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과 학생들은 오토바이를 주차장에서 가지고 나오신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등에 기대어 학교로 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등교를 위해 아파트에서 출발하는 아이들, 학생들 모습

 지금 시각 오전 06시 20분. 보통 학교들은 7시에 첫 수업을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전에 학교에 도착하여야 한다. 엘리베이터에 서있는 꼬마 아이의 눈이 아직 잠에서 덜 깨어 반쯤 감긴 아이를 본 적도 있다. 주차장에서 오토바이를 꺼내 나오는 부모님의 뒤에 앉아 허리를 붙들고 출발하는 아이들, 어디선가 친구를 태우고 함께 등교를 하는 학생들. 직접 오토바이, 자전거를 끌고 학교로 출발하는 학생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이렇게 매일 아침 베트남은 활기차게 시작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었다. 

 매장으로 가는 길가에서 학교로 달려가는 학생들을 보다가 오늘 뭔가 다른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오늘 아침엔 유난히 아오자이를 입은 여학생들이 많은 점이었다. 하얀 색깔의 아오자이를 입은 여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10여 년 전 거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아오자이를 교복으로 입히는 학교들과 회사들이 많아 흔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교복이 일반 사복 같은 복장으로 바뀐 곳이 많아 아오자이를 입은 학생이나 젊은 여성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오늘은 월요일이라 학교에서 주간 조회를 하거나 특별 행사를 진행할 예정인 듯하다. 어찌 되었건 옛 모습을 다시 보는 듯 해, 베트남의 모습을 보는 듯해 기분이 색다르다. 


 베트남이 가족을 중시하고 나아가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는 점은 몇 번 언급한 바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자식들과 부모가 함께 하는 시간을 한국과 베트남 비교하였을 때 어디가 더 많을까?' 물론 베트남이다. 베트남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등교와 하교를 책임진다. 그것도 자식이 자기의 허리를 꼭 껴안고 안전과 사랑을 그때 그때 느끼는 것이다. 말이 오가는 것은 덤이다. 

 얼마 전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중간층에서 아빠와 오누이가 올라탔다. 아빠는 무표정이고, 오빠의 표정은 화가 난 듯 무뚝뚝 그 자체였고, 여동생은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아마도 아침에 아빠나 엄마에게 혼이 된 통 난 것처럼 보인다. 1층에서 모두 내려 길을 가려는데 아빠가 오토바이를 끌고 나왔고 둘은 아무 말도 없이 아빠의 등 뒤에 앉아 어디론가 떠나갔다. 학교로 가는 것이리라. 아침에 그렇게 혼이 나더라도 아빠의 체온을 느끼며 같이 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까? 

 나의 아버지가 나를 학교에 데려다준 기억이 없다. 엄마가 나를 학교에 데려다준 기억도 유치원, 초등학교 1학년 때 쯤이었을까? 사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이자이를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 모습

 그렇게 베트남 사람들은 일상에서 체온을 느끼면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매일 있다는 점이 부럽기까지 하다. 자가용이 많이 생기고, 대중교통이 늘어나면 베트남도 한국처럼 바뀌겠지? 그래도 이제야 느끼게 되는 가족의 체온의 고마움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베트남 사람 호칭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