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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Sep 25. 2024

공감과 격려의 짧은 글

매국노라는 댓글을 듣고 난 후

 아침에 '추한 한국인이 만든 더러운 한국어'라는 글에 2개의 댓글이 달렸다. 

 "... 같은 민족에게 자학적 자해적 글을 쓰신 것 같다. 마치 본인은 대단한 사람인 양 쓰면..." 

 "... 모욕적으로 대 받아친 베트남 처자를 잘했다고 편들면서 예의 운운하는 게..."


 샤워를 하면서도 머리에서 벗어나질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내 꼴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신문 기사에 열받아 누구에게 '그러려면 일본으로 떠나라' '제발 저 꼴 보기 싫으니 기사에서 낯짝 좀 빼던가 모자이크 처리해 주세요'라는 글들을 댓글로 쓴 적이 있다. 어찌 그때의 기분을 정말 그 짧은 글로 다 닮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댓글을 다신 분들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지가 뭐라고 한국, 한국인을 폄하하는 글을 쓰고 지랄이야! *새끼!!' '저런 *을 두둔하는 것 보니 알만한 쓰레기 한국인 새끼네!' 등등으로 느낌이 표현된다고나 할까? 

 두 분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니다. 

 난 추한 한국인이 되지 말고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되어 이쁜 한국어를 세계에서 듣자 노력하자는 의미였는데 내 표현이 그분들께는 부족했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욕실 바닥에 때가 꼬장꼬장 끼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오래간만에 세제를 풀어 후다닥 쓸어내고 나니 내 마음도 후련하다. 


 매장에 와 노트북을 켜니 또 다른 댓글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전에 구독자께서 '베트남의 병폐'라는 글에 올리신 댓글인데 이제야 발견하였다. 그것도 두 분이 주신 글을.

 "... 제가 겪은 과거의 일들이 떠올라 마치 제 일 같습니다. 수행을 하셔야 합니다..."

 "아이고... 몸에 사리 생기겠어요ㅠㅠ 힘든 하루를 보내셨네요"라는 댓글이었다. 

 "이해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말씀에 또 하루 므흣하게 시작합니다. 오늘도 이쁜 하루 만드세요"라고 답변을 드렸다. 


 아침에 읽은 댓글에 상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 같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얄팍하고 여리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는 뉴스 기사에 나쁜 감정을 실은 댓글은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아침 체조를 하시는 아주머니들이 내가 와 있는 것을 보셨는지, 커피 한 잔을 가져다주신다. 아침에는 블랙커피를 타 마시는데 오늘은 가져다 주신 하일랜드 커피에 끼여온 설탕 하나를 넣어 마신다. 달콤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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