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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나의 부끄러운 과거를 또 떠올리게 만든다

by 한정호

1990년 당시에도 데모가 끊이질 않았다. 나는 두 손을 버쩍 들고 구호를 외치며 과 학우들과 거리로 뛰쳐나갔지만, 광주를 한 번도 가보질 못했다. 당시 한 학번 후배가 내게 일침을 놓았었다. "선배는 손만 빨간 것 같다"라고.

당시 학생들은 5.18 민주항쟁을 기념, 추도하기 위해 광주 민주화 묘역 참배를 강행하였고, 전투경찰과 백골단과도 대치를 하곤 했었다. 아버지가 조종사라는 이유로 나름의 자위를 하면서 그 투쟁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아니 안 않다. 사실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잡히기라도 하면 정말 아버지도 직장을 잃을 것이고, 집안도 파탄 난다고 생각했다. 핑계에 불과하지만.

아직도 부끄러운 마음을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하고 있다. 손만 빨간 운동권이었다는 후배의 말을 곱씹으며.


처음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는 말로만 듣던 '채식주의자'의 소설 작가로 유명해진 것 외에 별로 알지 못했던 나로서는 의아할 뿐이었다. '우리나라에 노벨 문학상을 받을 만한 그런 작가가 있었어?'라며. 뉴스 기사들과 유튜브를 통해 작가의 소설들을 소개받게 되었고, '5.18 광주 민주화 항쟁' '4.3 제주 항쟁'을 소재로 한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좌우 진영의 대립과 반목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저런 소설들이 해외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독자들과 문학가들에 인상을 주었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만큼 더 대단한 작가로 우러러보게 되었다.


그런데 몇몇 지난 인터뷰 장면들을 보면 정말 가냘픈 한 한국여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해 보인다. 여러 인터뷰에서 보인, 수줍어하는 듯하면서 겸손해하는 모습은 마치 상을 처음 타 본 학생의 모습 그대로이다. 이번 수상 소감도 "동료 작가들의 노력과 강점이 영감을 주었다"며 한국문학에 공을 돌리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공식 수상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지금도 매일 수많은 주검들이 실려 나가는데 축하를 할 수는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 등으로 폭력이 아직도 난무한 상태에서 축배를 들 수 없다는 것이다.


더 아름답고 자랑스러워 보이는 이유이다. 그래서 세계인들도 알아차린 것 같다. 세상 사람들에게 정신 좀 차리라고 하는 외침이 노벨 문학상을 더 위대해 보이게 만드는 것 같다. 기회를 만들어 한강 작가의 글들을 차근히 읽어 보아야겠다.


다시 한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고 자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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