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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강, 노벨 문학상 수상이 준 교훈

저항과 투쟁을 함께한 민주주의가 함께 이뤄낸 성과

by 한정호

한 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계에 있어 역사적인 순간이고 민주주의에 있어서도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보수 진영 작가의 비판은 또 한 번 그녀의 수상의 의미를 더욱 크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강 작가는 오랜 시간 한국 사회의 다양한 억압과 제약 속에서도 꿋꿋하게 저항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지켜온 작가이고, 세계와 독자들이 그 마음과 자세를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무엇보다 존경스러운 점은 문학계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하고, 추천 도서에서 제외되는 등 여러 차별과 불이익을 받으면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제약 속에서도 자신의 문학적 가치를 지켜내며, 저항의 상징이 되어 온 한강 작가는 그 누구보다도 문학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이전과 수상후 인터뷰 장면들을 보면서 그녀의 한결같음과 전통적인 한국 여성,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여린 듯하면서도 강한 끌림이 있고 내적인 힘이 있음을 감추듯 드러내듯 하는.


조국과 민주주의에 대한 저항과 투쟁의 사례가 어찌 한 강 작가 한 명, 한 사건뿐이겠는가? 독립군부터 시시작해서, 6.25 학도병, 독재에 맞서 항쟁한 역사의 주인공들, 한 강 소설의 배경이 된 4.3 항쟁, 광주 민주화 항쟁 등...

이 모든 사람들, 사건들의 공통점을 하나 찾는다면 그 자리에서, 현장에서 벗어나 있어도 적어도 마음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는 점이다. 만약 한 강 작가가 미국으로 망명을 해서 시민권을 얻고 이런 소설들을 쓰고 좀 더 섬세하게 영문, 불어, 독어, 일어 등으로 번역이 되어 출판해서 좀 더 빨리 인정을 받았다면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수 있었을까?


스티브 유(한국에 거주할 때는, 유승준이라는 한국 이름 쓰기도 했다. 아마도 한국에서 편하게, 돈도 벌면서 살아보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을까?)의 사례는 이와는 대조적이다. 병역 의무를 피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선택했으며, 이후 여러 차례 한국 입국을 시도하며 소송까지 진행했지만, 국방부와 영사관에서 그의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태어난 나라의 국적을 버리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국적을 포기한 그의 행보는 위에 열거한 사람들과 대조되는 것이다.


보수작가의 논설을 비판하고 싶지 않다. 가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도 우리와 함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 결국에도 그들도 우리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에 안주하고, 또 무엇에 기대어 현실을 부정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강 작가는 조국과 사회의 고통을 문학을 통해 이야기하며,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워 왔다. 그녀는 억압 속에서도 자신의 문학적 신념을 지키며, 그 과정을 통해 한국 문학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문학적 저항과 성취의 결과다. 이는 단지 개인의 성공을 넘어, 저항과 투쟁을 함께한 민주주의가 함께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한다. 한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준 하나의 교훈으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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