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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삼모작은 어떻게?

하늘이 내린 축복

by 한정호

베트남 삼모작은 어떻게 하나? 하늘이 내린 축복


호찌민시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 밖을 쳐다보면서 '참 하늘이 내린 축복의 땅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직도 개발할 땅들이 저렇게 널려 있고, 논에는 벼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일 년의 세 번씩이나 먹을 곡식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삼모작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어느 때는 벼가 자라고 있는 것 같다가도 또 얼마 후에 밖으로 본 논은 비어 있기도 하고, 저 한편에선 추수를 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기 때문이다. 논에 따라 수시로 모를 심고 자라면 수확하고 또 모종을 하는가 싶기도 하였다. 함께 그런 광경들을 보시던 한국 분들도 모두들 어쩧게 삼모작을 하는 것인지는 제대로 알지 못하시는 듯했다.


베트남의 쌀농사는 이모작 또는 삼모작이 가능한 기후와 토양 조건 덕분에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남부 메콩 델타와 같은 지역은 비옥한 땅과 풍부한 물 공급 덕분에 연간 여러 번 쌀을 수확할 수 있다. 삼모작을 중심으로 쌀농사 과정을 살펴보았는데 놀랍게도 일 년 내내 자유롭게 모종을 하고 추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모작의 시기도 확실히 구별을 하고 있었다.


1. 첫 번째 모작 (겨울-봄 작기)

첫 번째 모작 시기는 대체로 12월~4월 사이에 이루어지며, 가장 중요한 작기이다. 이 시기에는 날씨가 건조하고 강수량이 적어 농사에 이상적인 환경이 조성된다. 이 시기의 수확량은 연간 전체 생산량의 약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씨를 뿌리고 약 두 달 후 모내기를 하며, 이후 관개 시설을 이용해 물 공급을 조절하면서 쌀이 자라나게 하고, 4월에 수확을 진행하게 된다.


2. 두 번째 모작 (여름-가을 작기)

첫 번째 수확 이후 5월~8월 사이에 진행되는 작기로, 첫 번째 보다 수확량이 적지만, 이 시기는 많은 강수량 덕분에 관개 부담이 덜하다. 따라서 자연 강우를 활용해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첫 수확 후 남은 물과 땅의 비옥도를 활용해 모내기를 하고, 여름 동안 자란 쌀은 8월경에 수확한다. 이때도 여전히 관개 시스템을 통해 물 공급을 관리하지만, 첫 작기보다는 비교적 단순하게 진행되며, 비교적 수월한 작기라고 볼 수 있겠다.


3. 세 번째 모작 (가을-겨울 작기)

마지막 모작으로 9월~12월 사이에 진행되는데, 이른 비가 오는 해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대부분의 남부 지역은 세 번째 모작까지 이어간다. 이 시기에는 강수량이 감소하면서 안정적인 수확이 가능해진다. 9월부터 모내기를 시작하여 다시 관개 시스템을 활용해 쌀이 자라도록 한다. 12월에 수확하여 한 해의 농사 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베트남의 이모작, 삼모작은 아열대성 기후와 비옥한 토양 덕분에 가능하며, 이는 베트남이 세계적인 쌀 생산국이 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이다. 특히 메콩 델타는 지리적 여건과 물 공급이 좋아 연중 내내 쌀농사가 가능하다. 이러한 다모작 시스템 덕분에 베트남은 지속적인 쌀 생산을 통해 국내 소비와 수출 모두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모작 시스템은 풍부한 쌀 공급을 가능하게 하여 베트남 경제와 식량 보급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베트남의 쌀농사 중 한국과 다른 특이한 점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수확 후 남은 줄기와 뿌리를 모두 뽑아내지 않고 선택적으로 남겨 놓고 새로이 모를 심는다는 점이다.


베트남에서는 벼의 뿌리를 모두 뽑아내지 않고, 재배 방식에 따라 선택적으로 뿌리를 남기기도 한다. 특히 다모작이 이루어지는 남부 메콩 델타와 같은 지역에서는 기존의 벼뿌리를 그대로 두고 다시 물을 대서 모를 심는 방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모내기와 수확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다모작에 적합한 방식인 것이다. 물론 농장의 규모나 기후 조건, 그리고 벼의 종류에 따라 새로 모를 심는 방식을 택하는 곳도 있다. 예를 들어, 대규모 농장에서 수확 후 모두 뽑아내고 새로운 묘목을 심는 경우도 흔하다. 또한, 베트남의 중부나 북부 지역에서는 남부와 달리 강수량이 적은 시기나 지역별 기후 조건을 고려해 벼 재배 방식이 조금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그럼 뿌리를 뽑지 않은 줄기에서도 다시 쌀이 열린다는 뜻일까? 그렇지는 않았다. 뿌리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벼가 다시 쌀을 맺지 않는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다모작을 할 때 일부 지역에서는 벼 수확 후 뿌리를 그대로 두고 새로운 모를 심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땅을 다시 갈아엎는 과정이 필요 없고, 기존 벼뿌리가 남아 있어 토양의 질이 유지되거나 관개 작업이 간편해지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즉, 벼의 새로운 수확을 위해서는 새로 모를 심는 작업이 필요하며, 이전 작물의 뿌리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벼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다모작을 진행하는 것이다.


벼 수확 후에도 기존 뿌리와 잔여 줄기를 남겨 두는 것이 다모작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다. 이는 특히 벼농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하는 열대 기후에서 효율적인 방식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첫째, 기존 뿌리와 잔여 줄기가 남아 있으면, 토양의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침식 방지에 도움이 된다. 이들은 땅을 덮어주는 효과를 하여 비가 오거나 물이 흐를 때 토양 유실을 줄이고, 수분을 더 오래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기존의 뿌리가 분해되면서 토양에 영양분을 추가해 다음 작물의 성장을 돕는다.

둘째, 기존 뿌리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모를 심으면, 잡초가 자랄 공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잡초는 벼가 자라는데 경쟁을 일으키고 수확량을 줄일 수 있는데, 기존의 뿌리와 줄기가 남아 있으면 토양의 밀도가 높아져 잡초가 덜 자라게 되는 것이다.

셋째, 남은 뿌리와 잔여 줄기는 토양 내에서 양분 순환을 돕고 물의 흡수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기존 뿌리가 물과 양분을 붙잡아 주기 때문에 새로 심은 벼도 물과 양분을 더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존 뿌리를 제거하지 않고 남겨두는 것은 토양을 다시 갈거나 비료를 추가하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게 해 준다. 이는 다모작이 진행되는 베트남과 같은 지역에서 농사 비용을 줄이는 중요한 방법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벼의 뿌리를 그대로 두고 새로운 모를 심는 방식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며, 다모작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중요한 농업 기술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열대 기후 덕분에 다모작이 가능한데, 게다가 기존의 줄기나 뿌리도 새로 시작하는 모작에 도움이 된다니 정말 일석이조의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자유롭게 모를 심으면 자라나고 아무 때나 수확을 하고, 또 과일나무처럼 줄기에서 자라나 새로 쌀이 달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모두 자연에 순리에 맞춰 그것을 조금씩 극복하고 개선하면서 발전시키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든 축복받은 나라는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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