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겨울이 주는 나름의 감동을 느끼며
오늘 밤, 잠시 나온 밖에서 느끼는 코가 찡해지는 바림의 느낌. 놀랍기 보다는 예전에 느꼈던 추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넋 놓고 몇 분을 몸을 맡기고 서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차들의 불빛을 바라보며 문득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저마다 다른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차들처럼, 나 역시 한 해 동안 수많은 길을 지나왔고, 여러 감정을 지나쳤다. 추워서 일까? 초점도 잘 맞춰지지 않는다. 눈부시기가지 하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고요히 스며드는 이 시간은 한 해를 정리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기에 더없이 좋은 순간인 듯하다.
문득 떠오르는 지난 추억들. 웃으며 지나갔던 순간도, 가끔은 울컥했던 기억도 하나둘 떠오른다. 그 모든 시간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묘한 감정이 든다. 아쉬움과 감사, 그리고 설렘이 한데 어우러져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겨울은 참 특별하다. 모든 것을 차분히 덮어주는 눈처럼, 복잡했던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게 만드는 계절이니까. 오늘 이 밤, 지나가는 차들의 불빛이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흘러가는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고, 또 다가올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그 빛처럼.
차가운 밤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마음속 작은 정리를 시작한다. 지나간 시간에 감사하며, 다가올 시간에 설렘을 품으며. 올 겨울이 주는 이 차분한 선물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따뜻함에 일년 내내 무뎌져 있던 신경을 깨우는 차가운 바람이 고향에 왔음을 일깨워주는 듯 해서 고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