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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Dec 02. 2024

코를 찡하게 하는 바람

간만에 겨울이 주는 나름의 감동을 느끼며


 오늘 밤, 잠시 나온 밖에서 느끼는 코가 찡해지는 바림의 느낌. 놀랍기 보다는 예전에 느꼈던 추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넋 놓고 몇 분을 몸을 맡기고 서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차들의 불빛을 바라보며 문득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저마다 다른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차들처럼, 나 역시 한 해 동안 수많은 길을 지나왔고, 여러 감정을 지나쳤다. 추워서 일까? 초점도 잘 맞춰지지 않는다. 눈부시기가지 하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고요히 스며드는 이 시간은 한 해를 정리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기에 더없이 좋은 순간인 듯하다.


 문득 떠오르는 지난 추억들. 웃으며 지나갔던 순간도, 가끔은 울컥했던 기억도 하나둘 떠오른다. 그 모든 시간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묘한 감정이 든다. 아쉬움과 감사, 그리고 설렘이 한데 어우러져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겨울은 참 특별하다. 모든 것을 차분히 덮어주는 눈처럼, 복잡했던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게 만드는 계절이니까. 오늘 이 밤, 지나가는 차들의 불빛이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흘러가는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고, 또 다가올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그 빛처럼.


 차가운 밤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마음속 작은 정리를 시작한다. 지나간 시간에 감사하며, 다가올 시간에 설렘을 품으며. 올 겨울이 주는 이 차분한 선물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따뜻함에 일년 내내 무뎌져 있던 신경을 깨우는 차가운 바람이 고향에 왔음을 일깨워주는 듯 해서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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