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멈춤의 하루, 그러나 루틴은 걷는다"

생각도, 뭔가를 하려 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는 날, 오늘!

by 한정호

오늘은 이상하게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는 날이다. 마음이 특별히 지치지도 않았고, 슬프지도 않은데,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떠오르질 않는다.


하고 싶은 것도, 안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날.

바람이 불어도 무감각하고, 커피를 마셔도 특별하지 않은 하루.

그런데도 신기하게도 무기력하지 않다.

그냥 멈춰 있는 느낌.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굳이 가야 할 이유도 찾지 못하는 듯한 하루.


하지만 루틴은 살아 있다.

몸은 알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리듬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걸.

기계처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루틴이라는 작은 선로 위를 걷는 것.

그 선로가 나를 다시 감정과 의지의 세계로 데려다 줄 것임을,

어딘가 마음 깊은 곳에서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글을 끄적인다.

지금의 느낌 그래도 쓰기 시작했지만,

문장이 쌓이면서 조금씩 내 안의 어떤 감각들이 돌아오는 듯 하다.

느낌이라는 것이 다시 생기고, 단어들이 호흡을 되찾는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멈춰 있지만, 멈춘 것이 아니라, 조용히 숨 고르는 날.

루틴은 오늘도 나를 데려가고 있다.

다시, 나로 돌아오는 길 위로.

집으로 가는 길에도 일부러라도 걸어서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겠다.


루틴을 찾아서.


명함.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조상에게 길을 묻는 날, 흥븡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