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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은 채웠는데, 마음은 비어 있었다

루틴한 생활에 대한 아쉬움

by 한정호

또 까먹을 뻔했다.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걸.


매주 월요일 아침 7시는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는 시간이다. 일주일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의식이자, 멀리 떨어져 살아가는 아들의 최소한의 책임 같은 것.


하지만 오늘처럼 연휴가 끼는 주말이면 그 루틴조차 흐려지기 쉽다. 평소보다 조용한 거리, 평소보다 늦잠을 자는 아침, ‘일요일’이라는 감각조차 잃은 채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서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걸 깜빡할 뻔했다.


요즘 왜 이렇게 시간이 후딱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어제 숙소로 돌아가는 길, 문득 “오늘이 토요일이었지?”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일주일이 또 사라졌다는 사실에,


이번 주엔 내가 뭘 하며 보냈는지를 되짚는 데 잠시 멈춰섰다. 스케줄표엔 이것저것 열심히 적어놨다. 하루를 빈틈없이 살아낸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나 자신에게라도 “잘 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그런데 ‘지난 한 주 동안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엔 생각을 해야 한다. 기억을 더듬어야 한다. 일상은 꽉 차 있었지만, 마음이 담긴 순간은 얼마나 있었던가.


내일 아침, 어머님과 아버님께는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까? 건강은 괜찮으신지, 바깥 출입은 조심하셔야 한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내가 지내는 이야기, 아이들 소식도 전해야겠지. 하지만 정작 전할 이야기가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은 삶, 어쩌면 부모님이 듣기엔 반복되는 안부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그리고, 다시 월요일

그럼에도 월요일은 다시 온다.

아침 7시에, 나는 다시 전화를 건다.

작은 말들 속에서 부모님의 사랑의 느낌을 받고 싶어서.

아들이 외지에서 건강히 잘 살고 있다고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려고.


그게 나의 루틴이고, 그 루틴 덕분에

나는 다시 한 주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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