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매장으로 가는 길에 선글라스를 꺼냈다.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도저히 눈을 뜰 수 없었다. 그 순간,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예전엔 이런 햇살에도, 선글라스 하나 없이, 선크림도 제대로 바르지 않고 그저 '재밌다'며 필드 한가운데를 4~5시간씩 휘젓고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참 나 자신을 아끼지 않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땐 에너지가 넘친다는 걸 자랑처럼 여겼지만, 사실은 내가 나를 돌보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그 결과일까?
언젠가 간만에 나를 보던 딸아이가 내 손등을 보며 놀라듯 말했다. “아빠가 이렇게 늙었어요?” 그리고는 특유의 그 “이잉~” 소리를 내며 어깨가 툭 하고 축 처지는 걸 느꼈다. 그땐 나는 웃어 넘기도 "아빠도 늙어 가는거지"라며 아이를 달랬지만,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시간들이, 이제 와 자국을 남기고, 그 자국이 아이에게 실망처럼 느껴졌을까 봐 괜히 미안해진다.
햇살이 강하면 선글라스를 꺼내 들고, 외출 전엔 선크림을 챙겨야겠다. 단지 피부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은 나를 아끼기 위한 습관으로.
이제 어렴풋이 이해가 된다. ‘버틴다’는 게 꼭 ‘강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걸. 조금 쉬고, 조금 피하고, 나를 살피는 것이 결국 더 오래, 더 따뜻하게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