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 대졸 취준생들의 선호기업 비교
요즘처럼 채용 시장이 불확실한 시기에는 '젊은이들이 어떤 직장을 꿈꾸는가?라는 질문이 그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고스란히 비춰주는 거울이 된다. 한국과 베트남은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연결된 두 나라지만, 젊은 세대가 바라보는 ‘이상적인 직장’의 풍경은 꽤 다르다.
1.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 TOP 10
한국과 베트남의 대졸 예정자들이 뽑은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 순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한국 [ 인크루트 외에도 진학사 캐치에서 발표한 '2024 올해의 기업' 조사 결과 참조 ]
1.삼성전자 2.카카오 3.네이버 4.현대자동차 5.LG전자 6.SK하이닉스 7.CJ제일제당 8.롯데그룹 9.포스코 10.한화그룹
- 베트남 [ Vietnam Report에서 발표하는 'Top 100 베트남 우수 기업' 등의 자료 참조 ]
1.삼성전자 베트남 2.Unilever Vietnam 3.Nestlé Vietnam 4.Vinamilk 5.Vietcombank 6.FPT Corporation 7.Honda Vietnam 8.Vingroup 9.P&G Vietnam 10.Deloitte Vietnam
눈에 띄는 점은 두 나라 모두 삼성전자를 1위로 꼽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뒤를 따르는 기업들의 색깔은 꽤 다르다.
2. 산업 구조가 만들어낸 선호의 차이
한국은 전통적으로 재벌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삼성, LG, 현대, SK 같은 그룹사들은 사회의 중추이자 고용, 기술, 수출을 주도하는 핵심이다.
반면 베트남은 산업 발전 초기 단계에서 외국 자본의 유입과 함께 성장해온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결과, Unilever, Nestlé, P&G 같은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선호도가 높다. 한편, Vinamilk, Vingroup, FPT 같은 현지 기업도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국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도 커지고 있다.
3.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
한국의 젊은 세대는 여전히 ‘안정’과 ‘브랜드’를 중요시한다. 사회적 인식, 연봉, 복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이름 있는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성공적인 사회 진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워라밸’과 ‘조직문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면서 카카오, 네이버 같은 IT 기업의 인기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반면, 베트남은 상대적으로 더 가족 중심적이고 균형 지향적인 사회다. 단순한 급여보다도 업무 환경, 교육 기회, 조직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외국계 기업이 제공하는 구조화된 교육 시스템, 복지, 문화가 큰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다.
4. 선호 기업이 보여주는 '내일'
대졸자들이 선호하는 기업 순위는 단순한 인기 투표가 아니라, 각국의 산업 환경, 문화, 교육,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뒤섞인 '사회적 리트머스지'인 것이다.
한국은 기술과 혁신, 성과와 경쟁이 여전히 중요한 키워드라면, 베트남은 안정 속 성장을 꿈꾸는 ‘균형 있는 삶’이 중심이 되고 있는 듯 하다.
언젠가 이 두 나라의 젊은 세대가 같은 글로벌 무대에서 함께 일하게 되는 날, 그들은 각자의 문화와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녹여낼까? 그 미래가 궁금해진다.
우리는 어떤 직장을 꿈꾸는가”라는 질문은, 사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대답은 그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가장 조용하고도 명확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또 하나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청년실업 문제다.
많은 청년들이 꿈꾸는 기업은 소수이고, 그 문은 여전히 좁다. 선호 기업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여전히 선택의 여지가 있는 사람들에 한정되는 경우도 많다. 누군가는 졸업 후 몇 년째 구직 중이고, 누군가는 전공과 전혀 무관한 일자리라도 얻기 위해 이력서를 돌리고 있다.
꿈을 품는 것과 현실을 버티는 것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년들의 모습이 아쉽다. 두 나라 청년들 모두, 꿈의 직장을 좇으며 몇 년씩 재수하고, 스펙을 쌓으며 바쁘게 살아간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혹시 그 과정에서 진짜 자신의 꿈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직장은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그 자체가 인생의 목적은 아니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건, 모두가 같은 문 앞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문을 찾고, 그 문을 여는 힘을 기르는 것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