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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를 뽑으며 멈춰선 마음

잡초처럼 살아가는 존재를 뽑아내며 떠오른 생각

by 한정호

매장 앞 보도블록 사이로 잡초가 자주 자란다. 비가 한두 번 내리고 햇살이 이어지면 어김없이 뾰족한 초록색 잎들이 삐죽삐죽 얼굴을 내민다. 아침 일찍 매장 문을 열고 나가다 보면, 그 잡초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손님들이 오가면서 저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하실까?'

'관리를 안 하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괜한 걱정이 든다.

그래서 나는 종종, 뿌리째 잡초를 뽑아 쓰레기들과 함께 모아 태워버리곤 한다.

지나가는 손님에게 깔끔해 보이길 바라는 마음, 그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또다시 얼굴을 내민 새싹을 보곤 손을 멈췄다.

'이것도 생명인데…'

잡초라 불릴 뿐, 그들 역시 이 땅에 발을 디디고 햇살을 쬐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뿌리 뽑으려는 그 순간에도, 필사적으로 흙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잠시 고민했다.

'그래도 매장이니까, 깔끔해야지.'

결국 나는 손을 뻗었다. 몇 움큼은 쉽게 빠졌지만, 두 움큼의 풀은 생각보다 깊이 박혀 있었다. 두 번을 시도했지만 뽑히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살고 싶은 건가?'

헛웃음이 났다. 옛날 사형수도 세 번의 형틀에서 죽지 않으면 살려줬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래, 살려주자. 그 풀은 그렇게 살아남았다.


잡초를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풀이 자랄 수 있는 곳인데, 꼭 다 뽑아내야만 제대로 된 관리일까?’

관리의 정의는 무엇일까?

눈에 보이는 깔끔함이 진짜 깔끔함일까?


잡초 하나 뽑으며 별 생각을 다 해본다. 우기는 이제 곧 시작될 것이다. 또 수많은 새싹들이 자라날 테고, 나는 또 가끔 고민하겠지.

이번에는 얼마나 많은 생명을 ‘관리’라는 이름으로 뽑아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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