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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마시기 딱 좋은 날

머리카락 하나가 남긴 생각

by 한정호

월요일. 술이 땡기는 날이다.

아침 일찍 어머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고, 화요일이 손님이 제일 적은 날이라는 걸 알기에, 오늘 밤은 살짝 쉬어도 괜찮겠다 싶다.


저녁 8시가 가까워오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술이 고프기 시작했다. 매니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 먼저 좀 나가도 될까?"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주인인데 뭘 그런 걸 물어보냐"고.

그 말에 믿음도 가고, 마음이 한껏 부풀었다.

"한 시간만 놀고 올게"라고 말하고는 근처 이자까야 꼬치집으로 향했다.


다이어트 중이라면서도 눈에 선한 꼬치를 시켰고, 그럴싸한 변명으로 아보카도와 연어 샐러드를 곁들였다. 그리고 생맥주 한 잔.

잔을 들고 한 모금 넘기자, 그제야 하루가 풀리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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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샐러드에 긴 머리카락 한 올이 붙어 있었다.

직원을 불러 조용히 알리자, 당황한 얼굴로 새 샐러드를 가져다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건 무료로 드릴게요."

속으로 생각했다. '아, 새로 가져온 건 꽁자겠지.'

잠깐은 의심도 했지만, 베트남에 살면서 이런 일쯤은 흔하다. 그래도 이렇게 대응해주니 괜찮네.

서비스 괜찮다. 마음이 다시 풀렸다.


몇 잔의 생맥주를 마신 후, 결제 요청을 하고 계산서를 받아보니, 정말 샐러드 항목이 빠져 있었다.

그만큼 팁을 얹어두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외국계 식당은 확실히 다르구나.'

그리고 곧 이어진 다른 생각. '나도 저 정도로 직원들을 잘 지도했나?'

혼자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에도 오늘은 좋은 날이다.

술이 딱 좋은 날이었고, 나는 딱 좋게 마셨다.


행복한 하루. 딱 그만큼만으로 충분했다.

우리 직원들과 함께 데려가 보고 싶다. 머리카락이 또 한 번 나오면 더 좋겠다는 우스꽝스러운 생각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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