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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May 31. 2024

베트남, 인건비가 싸다?

그만큼 나눠 일하는 것일 뿐입니다. 

 베트남에서 신입사원과 노동계약을 진행할 때는 한국보다도 훨씬 까다롭게 직무와 직무를 수행하는 장소, 시간 그리고 업무분장에 대해 확실히 명기해 놓아야 한다는 사실은 베트남 사업에 관심이 있거나 현재 사업을 영위하고 계시는 분이라면 알고 계실 것이다(사실 자영업 또는 소형 기업을 운영하시고, 특히 진출이 얼마 되지 않으신 분들이 이를 몰라 곤욕을 치르기도 하고, 스스로 화를 참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

  

 친구가 운영 중이며 한국인 매니저가 관리하는 매장을 방문하였다. 개선 또는 지원해야 할 부분이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데 매니저가 내게 아주 당당하게 "이 전등이 깜박이는 것이 오래되어서 몇 번을 고쳐 달라 했는데 아직도 안 와서 고쳐 줍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본사에 서류로 보수나 수리를 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정리해서 보냈냐고 하자, 전화로 베트남 직원에게 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베트남 직원이 구두로 들은 일을 지방까지 와서 처리를 쉽게 해 주겠냐?"며 필요한 부분들을 정리해서 문서로 요청하라고 말해주고 매장을 더 둘러보고 있었다. 이번엔 매장의 의자를 들쳐 보이면서 엉덩이 받이가 분리되었는데 이것도 처리를 안 해준다며 본사가 너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난 내가 이 친구에게 더 화가 났다. 전등이 깜박거리면 우선 전구를 빼놓아야 고객이 불편하지 않을 것이고, 의자가 분리된 것은 나사만 사와 직접 끼우면 되는 것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것은 내 일이 아니라는 식의 생각이 머리에 박혀 있는 것이었다. '젊은 친구가 너무 빨리 베트남에 익숙해져 버린 것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마 이 글을 대부분의 베트남 직원들이 보면 '매니저의 행동이 당연한데 이 한국인은 왜 화가 난다고 하는 것일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무엇보다 고객이 먼저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능동적으로 수리를 할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먼지에 시트지 그림이 보이질 않을 정도가 된 유리벽면

 유리창이 뿌옇게 되어 보이지도 않는다

 저 안쪽의 유리 벽면은 유리 청소를 안 한 지, 꽤나 된 것 같았다. 어쩌면 처음 매장을 오픈한 후, 관리자가 그 부분에 대한 청소를 지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껏 계속청소를 안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지금 베트남 관리자나 직원을 불러 놓고 여기가 '이렇게 지저분하면 어떡해요? 여기 닦았어야죠?"라고 얘기하면 십중팔구 "여기는 닦으라고 한 적 없는데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베트남 직원들은 시키는 일은 잘한다. 문제는 '시키는 일만 한다'는 점이다. 10여 년 전이니 이제는 바뀌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일이 있었다.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는데 책상 주변 바닥에 먼지도 있고 해서 "사무실이 너무 지저분하네. 여기 청소 좀 하고"라고 말하니 그 자리에 있던 직원이 바로 달려가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가지고 오더니 자기 주변만 딱 쓸고 가는 것이었다. 바로 옆 자리에도 먼지가 하얗게 쌓여 있는데 말이다. 그때 이 친구들한테는 정말 '하나하나 자세히 지시를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한 기억이 난다. 


  난 '베트남이 인건비가 싸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공장에서 단순작업을 하는 직원들의 경우에는 그 말이 어느 정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 업종이나, 관리직에 이 말이 적용되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식당에서 한국인 한 명이 할 것을 세 명, 네 명이 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아직 베트남 노동자는 수동적인 것에 익숙한 사람들인 것 같다. 더 설명하고 가르치는 것이 한국인 관리자의 몫이고, 그런 사람들을 보고 한국처럼 화내거나 속상해하지 않는 것이 또한 순리일 것 같다. 모르는 사람에겐 가르쳐 주는 것이 먼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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