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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11. 2024

베트남 이직 실태

기술과 경력 없이 수평적인 회사 이동

 한국이든 베트남이든 세계 어느 나라에서건, 규모가 크던 작던, 사업을 하는 사람의 가장 튼 고민거리 중의 하나는 직원 채용 및 유지일 것이다. 

 10일간 고향을 갔다 온다며 며칠 출근을 하지 않던 직원이 갑자기 나타나 내일부터 다시 일을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 날, 아무런 통보도 없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 고향에 있으니 월급을 송금해 달라해서 보내고 나니 지금은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주방에서 근무를 하던 아주머니였는데 알고 보니 고향을 간다 는 것도 거짓말이고, 다른 곳에서 일을 시작했다며 월급을 다 주지 말았어야 한다며 주방장이 씩씩 거린다. 이동한 직장을 물어보니 주방에서 근무하는 것도 아니고, 가게에서 근무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급여를 더 받을 수 있고, 근무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는 것을 어찌 탓할 수 있을까? 하지만 베트남에서 근무를 하면서 직원들의 사고방식과 근무 행태를 보면 근시안적이고 자기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이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직장에서 관리팀장을 하면서 직원 채용을 할 때였다. 이력서를 살펴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근무경력이 1년도 안 된 이력을 빼곡하게 적어 놓고는 면접에 이전 직장에서 왜 그렇게 이직을 자주 했는지를 물어보면, 그 정도 근무를 하면서 이미 다 배웠고, 더 많이 배우고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이직을 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직원 간의 불화나 자기 능력의 부족으로 인한 퇴사는 거의 없었다. 

 외국어 실력난에 한국어 중급, 영어 중급이라고 적어 놓은 지원자에게 간단한 대화를 시도하면 거의 대화는 이뤄지지 않는다. 그저 자기가 먼저 인사말을 할 정도의 수준인데도 베트남 다른 친구들은 못하는 외국어를 몇 마디라도 하니 자기는 더 우수하고 중급이라는 것이다. 


 베트남은 시장이 개방되고 기업문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업에서는 중간관리자가 아직 육성되지 않은 상태이고, 사세는 확장되면서 더 많은 직원들이 필요하고 제대로 된 중간관리자를 찾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결국 직원들은 조금 더 급여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고 그렇게 기술이나 능력을 배양할 시간들을 서로 뺏아먹고 만 것이다. 

 관리직, 기술직도 그런 상황이니 단순 노무자들은 어떻겠는가! 봉제나 의류, 신발 등의 제조업의 노동자들은 몇 시간 만에 업무를 배우고 그렇게 단순 가공노동만 하는 끝이다. 그래서 뭘 배워야 하고 기술을 익혀야 다음 단계로 이동하여 월급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 자체도 하지 않는 것이다. 


  베트남의 남쪽 기업체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전자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하노이를 위시한 북부 지역의 노동자들은 단순 기술이라도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되지만, 의류 봉제 등의 남부지역 제조업체 노동자들은 그저 단순노동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나 저축률이 높은 북부와 대비하여 소비율이 소득보다 높은 남부 지역의 인민들의 격차는 이렇게 더더욱 벌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리를 기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서비스를 기술이라고 생각하지 직원이기에 떠난 것에 미련은 없지만, 조금 더 쉬운 곳, 조금 더 시급이 높은 곳으로 이리저리 이동해 다니는 환경이 너무 아쉽다. Co.op 마트에서 일하던 직원이 다음 달에는 Go 마트에서 일을 하고 있고, 돈치킨에서 일하던 직원이 언젠가부터 롯데리아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생각이 드는 이유는, 그들이 모두 정규직도 아닌 가장 낮은 직원단계에서 이리저리 이동해 다니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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