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배경, 하나의 가족

베트남에서 ‘자기 우선’을 넘어 확장된 가족으로 이어지는 길

by 한정호

어제 형님과 식사하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왜 베트남 여자들은 자기밖에 모를까? 배려라는 걸 모르는 것 같아.”

난 이렇게 답했다.

“서운하시겠어요. 사실 베트남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 우선주의’가 강하다고 볼 수 있죠.”


이 짧은 대화가 내게 던진 물음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베트남 사람들을 보면 남녀를 떠나 '자기 우선'이 너무 눈에 보이는 것 같아 심적으로 불쾌하고 부담스러운 경우들을 종종 겪는다.

예를 들어 주방 직원들은 박스나 캔 등을 팔아 자기들끼리 사용하면서도, 서빙직원들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팁을 나누지 않는다고 보이콧을 하고, 티격대는 모습을 보곤 마음이 불편했다. 또한 근무시간 전에도 고객이 없으면 일찍 매장 문을 닫고 일찍 귀가하게 하곤 한다. 물론 시급은 다 적용해준다. 그런데 어쩌다 손님이 귀가를 늦게 하시게 되어 단 몇 분이라도 시간이 오버되면 다음 급여 지급일에 그 시간에 대한 보상을 칼같이 요구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정말 왜 자기중심적이 되었을까?

베트남 사람들에게 ‘자기 우선주의’처럼 보이는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일반화라 모든 사람에게 맞진 않지만, 대체로 아래 네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는 걸 이해하면 좋을 듯 하다.


1. 전쟁, 빈곤의 기억

- 오랜 전쟁과 가난을 겪으면서 ‘나 먼저 살고 봐야 한다’는 생존 본능이 굳어졌다.

- 식량, 의료, 일자리 같은 자원이 부족할 때, 가족과 자신을 우선하는 게 자연스러운 선택이 됐다.

예를 들어, 식자재를 공동으로 구매할 때, 먼저 내 몫을 챙기느라 다른 사람은 물량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2. 혈연, 지연 중심의 관계 문화

- 베트남에선 ‘가족, 마을, 친구’ 같은 가까운 관계에선 온화하고 헌신도 하지만, 그 바깥으론

거리감이 크다.

- 친한 사이엔 도움을 주고받지만, 모르는 사람과의 관계에선 '내 것'부터 먼저 챙기는 태도가

일반적이다.


3. 관(官), 관계(關係) 문화

- 행정·비즈니스에서 ‘관계(quan hệ)’가 중요하다 보니, 자신에게 유리한 인맥·정보부터

확보하려 한다.

- 복잡한 절차와 부패 경험이 “내가 알아서 챙기지 않으면 손해 본다”는 심리를 강화했다.


4. 경쟁적인 교육·취업 환경

- 시험·취직 경쟁이 치열해서 어릴 때부터 남보다 먼저 돋보여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

예를 들어, 팀 프로젝트에서 개인 실적을 우선시해, 협업보다 성과 지표를 먼저 챙기는

태도가 나타나곤 한다.

- ‘나만 뒤처지면 안 된다’는 마음이 스스로를 밀어붙이는 동력이 됐다.


그럼, 한베 가족이든 한국에서 온 교민이든, ‘자기 우선주의’적인 베트남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도 갈등을 최소화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베트남 사람들에게 있어 ‘먼저 나를 챙기는 태도’는 전쟁, 빈곤, 관계 문화가 빚어낸 본능적 반응이다. 즉 생존 전략으로서의 ‘자기 우선’時 하는 것이 일종의 문화적 배경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1. 문화 차이 적극 수용하기

‘자기 우선’은 문화적 배경이 만든 생존 전략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행동 방식을 비교하거나 비난하기보다, “이런 이유가 있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또한 말보다 표정, 행동, 맥락 등을 살피고, 질문할 땐 완곡한 표현을 쓴다. 예를 들어 “이 부분이 조금 불편한데, 어떻게 생각해?”처럼 부드럽게 의견을 묻는 것이다.


2. 작은 호의 먼저 베풀기

일상 속에서 솔선수범해 도움을 건네면, 상대도 ‘나를 챙겨주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얘를 들면, 직원들에게 간식 한두 개 돌리기, 생일을 기억하고, 작은 선물 챙겨 주기 등.


3. 지역사회·커뮤니티 참여하기

동네 행사나 사원 잔치 등에 함께 참여하거나, 한베 가족 모임을 조직해 상호 교류를 활성화한다. 명절에 현지인 이웃을 초대해 음식 나눔 행사를 열고, 서로의 전통을 체험한다.


4. 현실적 기대치 설정과 가벼운 피드백

완벽한 배려 대신 ‘균형’을 목표로 하고, 불만은 쌓이지 않게 바로바로 얘기한다. 예를 들어, 배려에 대한 갈등 발생 시, 그 불만이 쌓이기 전에 “이런 점이 불편하다” 하고 가볍게 얘기해 두면, 작은 마찰로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형님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은 것이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부부는 무촌'이라고 헤어지면 바로 남이라고 하지 않는가!' '한국과 베트남에서 '가족'이라는 개념에 외국인이 포함되는 것일까?'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불편하고 어색한, '이상한 가족'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떨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국적이나 인종은 달라도, 부부가 함께 쌓아 온 시간, 기억, 그리고 책임감이 진짜 ‘가족’을 만든다고 생각된다. 법, 제도뿐 아니라 정서적 유대, 서로를 지지하려는 마음이 진짜 가족의 핵심일 것이다. 문화와 경험이 달라도,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작은 행동으로 신뢰를 쌓아가면 ‘이상한 가족’이 아닌 ‘확장된 가족’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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