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위에 강해지는 생력력

내 발치 경험과 자연 치유 본능

by 한정호

어제 발치를 하고, 아픈 것을 참으면서 보스를 안고 쓰다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 동물들은, 특히 야생에 있는 동물들은 이렇게 이라도 아프면 어떻게 할까? 그냥 이빨 하나때문에 고통받다가 죽는 것은 아닐까? 너무 서글프고 불쌍한 생각이 들어. 정말 야생의 동물들은 이렇게 한 부위가 아프면 어떻게 이겨낼까? 아니면 그냥 받아들이고 하늘나라로 갈까?


야생동물들의 ‘통증 은폐 본능’

포식자의 눈초리에 약한 모습을 보이면 바로 표적이 되기 때문에, 야생동물은 다친 부위를 최대한 숨기려 한다. 사자나 영양, 사슴 모두 다친 다리를 절뚝거리기보다 살짝 감추고 조용히 지나가는 것이다. 이와 달리, 우리는 통증을 느낄 때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운이 좋은지 모르겠다.


자연 치유를 돕는 휴식과 식이 조절

야생에선 충분한 휴식이 곧 치료다. 상처 난 부위를 핥아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활동량을 줄여 상처가 아물도록 시간을 벌어 준다. 또 단단한 먹이를 씹지 못할 때는 부드러운 과일이나 새싹, 죽 같은 연한 먹이를 찾아 섭취한다. 나도 얼음물에 발치 자리를 얼음팩을 대고 달래 주었고, 과일주스와 직원이 만들어준 소고기 죽으로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을 든든히 처리했다.


셀프 메디케이션, 자연 속 처방전

침팬지나 코끼리 같은 고등동물은 약성이 있는 풀이나 나뭇잎을 찾아 상처 부위나 입 안에 문질러 진정 효과를 노린다. 이런 ‘본능 처방’은 수천 년 진화가 만들어 낸 야생의 지혜다. 사람도 허브 차나 민간요법을 활용해 통증 완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버티지 못하는 건 도태를 의미한다

야생에서 한 부위라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굶주림과 포식 위험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결국 스스로 상처를 돌보지 못한 개체는 도태되고, 그런 험난함 속에서 강한 개체만 살아남아 종 전체의 건강을 유지한다. 우리 인간은 이보다 훨씬 약한 존재지만, 치료와 돌봄을 통해 더 오래 버텨나갈 힘을 얻는다.


나는 보스의 부드러운 체온 아래에서 몸을 의지하며, ‘아프지만 견디자’는 생각을 했다. 야생동물처럼 본능만으로 버티진 못하더라도, 우리의 의지와 돌봄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통증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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