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동 현충원에서 느낀 평화의 무게
아침 일찍 혼자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몇 년 전 아버님, 어머님을 모시고 왔을 때, 지방 현충원의 분묘를 이용하실지, 이 곳의 납골당을 이용하실 지 고민하셨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다시 둘러보고 생각을 해 보고 싶었다.
한 여학교에서 단체로 현충원을 방문한 모양이다. 단체로 현충탑에서 참배의식을 갖고 있었다.
현충탑의 지하에는 순직하신 분들의 위패들이 모셔져 있었다. 자식의 빈소를 찾으신 듯한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숙연함이 느껴진다.
밖으로 나와보니, 하늘은 맑았고, 여전히 봄바람이 잔잔히 불어왔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선열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 그중에서도 먼저 아버님이 참전하셨던 월남전 순직자 묘역을 다시 찾았다.
일전에 이 곳을 방문하였을 당시, 우연히 내가 태어난 날에 월남에서 순직하진 분의 묘비를 보면서 묘한 감정을 갖었던 기억이 살아나 다시 그 분의 묘비를 찾아 둘어보다가 진짜 그 분의 묘비를 발견하였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거우면서도 야릇한 감정이 생겨나는 것을 느꼈다.
'당신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저도 열심히 그리고 나라를 생각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라며 묵념을 드렸다.
월남전 순직자 묘역을 둘러보다 유난히 같은 날 또는 그 전후 날에 돌아가신 분들이 많은 것을 발견하였다. 아마도 그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을 것이다. 그 때의 전투 상활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먹먹해졌다.한참을 서서 ‘당신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저도 열심히, 그리고 나라를 생각하며 살아가겠습니다’ 하고 묵념을 드렸다.
다른 쪽으로 이동을 하다보니 아까 단체로 참배했던 여학생 무리가 묘비 주위를 청소하고 닦고 있었다. 어쩐지 경건함이 느껴지면서도, 밝게 웃으며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저분들도 흐뭇해하실 것 같다’ 하고 생각하며, 어린 손길이 닿은 묘비가 한결 반짝이는 듯 보였다.
또 한 쪽에선 대여섯 살쯤 돼 보이는 유치원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건너오다가 언니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작고 또렷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를 들으니, ‘이 평화와 행복이 모두 저 수많은 희생 위에 서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되겠다’는 다짐이 더욱 단단해졌다.
납골당으로 조성되어 있는 충혼당을 방문하였다. 자리를 찾은 가족들의 사연들을 살펴보면서 그리움과 사랑이 직접 내게 전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가슴이 울컥 하기도 했다.
현충원을 나올 때는 마음이 묵직했지만, 동시에 가벼워졌다. 순국 선열들에 대한 감사와, 그 덕분에 누릴 수 있는 오늘의 평화와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꼈다. 정문을 나서며 뒤를 돌아본 순간, 바람에 흔들리는 태극기가 나를 향해 살짝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