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람들의 삶이 담긴 속담과 격언 10선

유교·불교·농경의 기억이 녹아든 베트남 사람들의 가치관

by 한정호

베트남은 오랜 역사와 다양한 민족문화가 공존하는 나라다. 유교, 불교, 도교의 영향을 고루 받아왔고, 농업 중심 사회였던 만큼 삶의 지혜가 응축된 속담이 풍부하다. 흥미롭게도 이들 속담 가운데 다수는 중국의 고전 또는 한자문화권의 사고방식에서 유래한 바가 깊다. 오늘은 베트남 사람들의 일상과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속담 10개를 소개하며, 그 의미와 문화적 배경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1. "Có công mài sắt, có ngày nên kim" : 쇠를 갈면 언젠가는 바늘이 된다

노력은 결국 결실을 맺는다는 의미의 속담으로, 인내와 근면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꾸준히 하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다는 신념이 담겨 있다.

이 말은 중국 고전에서 전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滴水穿石)’ 또는 ‘우공이산(愚公移山)’과 같은 맥락으로, 인내와 근면의 가치를 강조한다.


2. "Ăn quả nhớ kẻ trồng cây" : 열매를 먹을 땐 나무를 심은 사람을 기억하라

은혜를 잊지 말고 감사하라는 뜻으로, 베트남의 효(孝) 문화와 감사 의식을 반영한다. 중국의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 그 근원을 생각하라)’과 유사하며, 이 속담은 특히 스승의 날, 조상의 제사, 은인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할 때 자주 쓰인다.


3. "Một cây làm chẳng nên non, ba cây chụm lại nên hòn núi cao" : 나무 한 그루로는 언덕을 만들 수 없지만, 세 그루가 모이면 큰 산이 된다

이는 개인의 힘보다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속담이다. 공동체 문화가 강한 베트남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혼자서는 큰 일을 이루기 어렵지만 협력하면 불가능도 가능해진다는 뜻으로, 농경사회의 집단주의적 가치와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하며, ‘적소성대(積小成大: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을 이룬다)’ 같은 사자성어와 통한다.


4. "Tiền mất tật mang" : 돈도 잃고 병도 얻는다

어리석은 행동으로 돈만 잃는 게 아니라 마음의 병이나 신체적 고통까지 얻게 된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 속담이다. 경솔한 선택으로 인해 금전적 손해뿐 아니라 마음의 병이나 신체적 피해까지 얻는다는 경고다.


5. "Nói một đằng, làm một nẻo" : 말은 이쪽, 행동은 저쪽으로

이 속담은 위선이나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을 비판할 때 쓰는 표현이다. 언행불일치, 혹은 위선을 비판하는 말로써, 정직함과 일관성을 중시하는 베트남인의 가치관이 담겨 있다. 한국의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라'라는 격언과 의미가 비슷하다. 중국의 ‘표리부동(表裏不同: 겉과 속이 다르다)’이나 ‘언행불일(言行不一)’과 같은 유교적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6. "Lá lành đùm lá rách" : 건강한 잎이 찢어진 잎을 감싸준다

강한 자는 약한 자를 도와야 한다는 의미의 속담으로,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돕는 정신을 말한다. 특히 자선활동, 기부, 이웃돕기와 관련된 맥락에서 널리 쓰인다. 베트남의 상호부조 문화를 잘 보여준다.


7. "Cha nào con nấy" : 아버지가 그러하면, 아들도 그러하다

한국의 '그 아버지에 그 아들'과 같은 속담으로, 혈연적 유사성뿐 아니라, 행동이나 성격까지 닮는다는 뜻이다. 긍정적인 맥락에서는 유산과 전통의 계승, 부정적 맥락에서는 나쁜 버릇의 전이로도 사용된다.


8. "Khôn ngoan chẳng lại thật thà" : 영리함은 정직함을 이기지 못한다

'정직은 최고의 지혜'라는 뜻으로, 잔꾀나 계산보다, 정직하고 꾸밈없는 성품이 결국 더 큰 신뢰를 얻는다는 의미다. 도덕적 삶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이는 유가(儒家)에서 ‘정도천리(正道千里: 바른 길은 멀리 간다)’ 혹은 ‘이도지명(以道致明: 도리에 따를 때 밝아진다)’과 유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9. "Nước chảy đá mòn" : 흐르는 물이 돌을 닳게 한다

지속적인 노력은 어떤 것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겉보기엔 약한 힘이라도 지속되면 강한 결과를 만든다는 교훈이다. 특히 학업, 연애, 사업에서 인내심을 강조할 때 사용된다.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를 강조하는 이 속담은 ‘수적천석(水滴穿石)’ 또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이미지와 완벽하게 겹친다. 베트남의 성실성 문화와 학습 태도를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겠다.


10. "Cá không ăn muối cá ươn, con cãi cha mẹ trăm đường con hư" : 소금 안 넣으면 생선 썩고, 부모 말 안 들으면 자식 버릇 망친다

유교적 가족 질서를 강조하는 전통 속담이다. 부모의 권위를 존중하고 훈계를 받아들이는 것이 올바른 삶의 출발이라는 신념이 깔려 있다. 이는 삼강오륜(三綱五倫) 중 ‘부자유친(父子有親)’을 실천적 수준에서 표현한 속담이다.


이 속담들은 단순한 옛말이 아니라, 베트남인의 삶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긴 문화유산이다. 지금도 시골 노인들의 입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고, 교과서나 방송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그것은 베트남인들의 삶의 태도, 인간관계, 공동체 의식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말이다. 베트남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속담을 보면 마치 같은 마을에서 자란 이웃처럼 닮아 있다. 공동체, 정직, 인내, 은혜… 삶의 가치를 지켜온 두 나라 사람들의 지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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