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상상 못할, 베트남만의 특별한 장면 7가지

by 한정호

베트남에서의 일상이란, 한국인의 눈엔 때때로 너무나 특별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놀랍고 어색했던 그 장면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마치 내가 베트남 사람이라도 된 듯 말이다.


오늘은 ‘한국에선 볼 수 없는, 베트남만의 독특한 풍경’ 7가지를 골라보았다. 여행자에게도, 거주자에게도 잊히지 않는 장면들이다.


1. 오토바이의 나라

베트남은 오토바이 천국이다. 그 숫자도 어마어마하지만, 사용하는 방식이 더 놀랍다. 세 명, 네 명이 한 대에 함께 타는 건 기본이고, 어린아이를 무릎에 앉히거나 갓난아기를 안은 채 운전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거기에 교차로 풍경은 더 압권이다. 신호등이 없어도 수백 대의 오토바이가 요리조리 엉키듯 흘러간다. 처음 보면 혼란 그 자체지만, 그 안에는 절묘한 타이밍과 암묵적 양보가 작동하고 있다. 신호보다 감각이 우선되는 질서다. 한국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

오토바이가 혼자 서 있는 것도 불안한데, 인도 한복판에서 오토바이 위에 누워 잠을 자는 모습을 보면 마치 침대에 누운 사람처럼 편안한 듯 하다. 사실 보는 나만 불안하다.

KakaoTalk_20240526_191459756.jpg 호찌민시 벤탄시장앞 출근 모습
하노이 교통.jpg 하노이 교차로 풍경

2. 길거리 맥주와 낮술

베트남 사람들은 길 위를 참 편하게 쓴다. 밤이 되면 도로변 곳곳에 작은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이 등장하고, 생맥주와 구운 오징어, 닭 날개, 두부 튀김이 함께 깔린다. 그렇게 퇴근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못! 하이! 바! 요~” (건배)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심지어 낮술도 당당하다. 점심시간에만 운영하는 ‘bia hơi’ 노점도 있고, 낮 2시부터 시원한 맥주잔을 들고 있는 아저씨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의 엄격한 음주문화와 비교하면, 이 자유로운 분위기가 때론 부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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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40630_231522129_01.jpg 푸미 지역의 야간 대중 음식점 전경

3. 정오에 울리는 종소리 – 신앙이 일상이 된 사회

호찌민시 한복판에서도, 푸미의 주변에서도, 낮 12시 즈음이면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불교 사찰뿐 아니라 까오다이교나 호아하오교 같은 다양한 종교 사원에서 예불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이 소리는 단순한 종소리가 아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하루 중 정리와 기도를 위한 리듬이다. 도심 속에서 신앙의 숨결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풍경은, 한국의 무심한 일상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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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0_085220.jpg 사찰 출입구 전경과 개인 초로 기원을 하는 법당

아침 일찍 성당에 들러 기도와 명상을 하고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호찌민 시내 성당의 모습에서도 '이 나라가 정말 사회주의 국가일까?'라는 의문을 갖곤 한다.

KakaoTalk_20240507_193155794_08.jpg 호찌민시 3군 성당의 새벽

4. 노상 가라오케 – 노래는 집 밖에서 부르는 것

어느 날 밤, 숙소 앞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소리에 놀라 나가보니, 이웃집이 마당에서 가족 가라오케 파티를 열고 있었다. 스피커, 앰프, 무선 마이크까지 완비한 모습은 마치 작은 콘서트 무대 같았다.

식당 앞, 주택가, 심지어 동네 공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이 장면은, 한국에서라면 바로 민원이 들어올 만한 일이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사람 사는 소리”로 여겨지고, 동네 사람들이 박수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이 따뜻하고도 낯선 풍경은, 언젠가 문득 그리워질 지도 모르겠다.

20201219_112004.jpg 시골 현지 결혼식 악단이 절대 빠지지 않는다


5. 거리 위에 펼쳐지는 새벽 시장

베트남의 하루는 새벽 4~5시에 시작된다. 그 시간, 도로 위에는 좌판을 펴고 채소를 다듬는 아주머니들, 생선을 손질하는 노점 상인들로 분주하다. 도심의 차도와 인도가 하루아침에 시장으로 변한다. 비닐 깔고 쪼그려 앉은 모습, 물이 고인 도로에서 손질되는 신선한 해산물...

이 모습은 한국의 깔끔한 마트 문화와 너무 달라 처음엔 놀랍다. 하지만 어느새 나도 그 시장의 풍경 속으로 스며든다. 자전거를 세우고 아주머니와 자녀들이 함께 팔고 있는 옥수수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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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40526_100816004_08.jpg 가족이 함께 옥수수를 팔고 있다

6. 국도 옆의 묘비와 작은 사당 – 죽음을 삶과 함께 두는 문화

베트남을 여행하다 보면 국도 한편, 논 가운데, 혹은 마을 담장 뒤에 놓인 작은 묘비와 집 모양의 구조물을 자주 보게 된다. 그 앞에는 향을 꽂은 화로가 있고, 때로는 영정 사진과 차, 과일 같은 제물이 놓여 있다.

처음엔 낯설고 생경하다. 한국에서는 묘지를 외딴 산이나 공동묘지에 모시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조상과 죽은 이들이 여전히 함께 살아간다고 믿는다. 그래서 집 근처에 묘를 두거나, 자리를 따로 마련해 일상적으로 기도하고 제를 올리는 문화가 있다.

이러한 사당은 종종 'nhà mồ(묘의 집)' 또는 'miếu(작은 신사)'로 불리며, 죽은 이를 위한 영혼의 거처이자 자손의 정성이 깃든 공간이다. 그 모습은 우리에게 죽음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삶과 맞닿아 있다는 것, 그리고 죽은 이도 여전히 삶의 일부로 모셔진다는 정서를 일깨워준다.


7. 매장 안 제사상, 조상 제단, 그리고 가짜 돈 태우기 – 살아 있는 신앙의 일상

베트남의 카페, 식당, 편의점, 심지어 미용실 안에서도 눈에 띄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입구 구석이나 계산대 아래에 놓인 작은 제사상이다. 그 위엔 신들의 이름이 적힌 액자나 불상, 과일, 컵라면, 술잔, 향로 등이 올라가 있고, 항상 향이 피워져 있다.

어떤 곳은 지폐 모양의 종이, 금괴나 자동차 모형의 종이 장난감을 태우기도 한다. 이것은 ‘지옥의 화폐 (tiền âm phủ)’라 불리며, 죽은 조상이나 신령에게 복을 바치기 위한 상징적 제물이다. 가짜 돈을 태우는 행위는 곧 재물복, 사업 번창, 조상의 평안을 기원하는 기도인 셈이다.

KakaoTalk_20240910_205023605_07.jpg 프랜차이즈 커피숍안에 설치된 제단
20250203_081958.jpg 재물복을 기원하며 매 달 진행하는 제사 전경
20250324_130703.jpg 국도옆 인도에 마련된 묘지 전경
20250424_164229.jpg 가정집 현관 전면에 모신 제단
20190904_142747.jpg 국도 교통사고 옆 인도에 마련된 제사상

또한 베트남 가정집을 방문하면 거실 한편 높은 선반 위에 조상들의 영정 사진과 제단이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아침이면 향을 피우고, 특정한 날이나 조상의 기일에는 과일과 밥, 술을 올려 제를 지낸다.

이러한 모습은 종교라기보다는 생활 그 자체로 자리 잡은 신앙이다. 죽은 이를 기억하고, 조상과 신에게 정성을 드리는 것이 곧 오늘의 복과 내일의 안녕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일상 깊숙이 스며 있다.

z5526265669082_71a6b8aff47c9280a3b1dcbe06867df9.jpg 가정집에 설치된 제단과 제사상

이 모든 장면들은, 단지 이국적이라서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삶의 리듬, 사람들의 정, 그리고 도시와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볼 수 없기에,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베트남의 일상 풍경들.

사람들이 몸으로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소리이고, 장면이라는 점에서 '정'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서 베트남으로 오기 전 날 아버님이 내게 하셨던 "베트남은 괜찮다"라는 말씀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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