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태양이 나의 기를 훔쳐간다
올해도 베트남의 환절기를 무사히 넘겼다 싶었다. 변덕스러운 아침저녁 기온, 습기와 건조함이 뒤섞인 공기를 견디며 “이제 좀 괜찮아지겠구나” 했다. 그런데, 뜻밖의 복병이 나타났다. 바로 한낮의 태양이다. 비가 그친 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빛은 단순히 뜨겁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열기 덩어리가 온몸을 덮치는 듯하다.
오늘의 날씨 위젯의 표현을 빌리자면, '붕타우의 한낮 기온은 벌써 30 °C 넘게 오르고, 자외선 지수는 매우 높음 또는 심지어 ‘극단적’ 수치를 찍고 있다. 이 뜨거운 대기는 단순한 더위가 아니라, 마치 햇빛 자체가 체력과 기를 흡수해버리는 느낌' 이라고 한다.
정확히 맞다. 그게 지금 내 현실이다.
낮에 휴식을 위해 잠시 이동을 위해 자전거에 오르면, 이 뜨거운 빛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파고든다. 피부가 화끈거리는 건 둘째 치고, 숨이 조금씩 가빠지고, 걷는 발걸음이 무겁다. 마치 몸속 깊은 곳의 에너지를 한 줌씩 빼앗기는 느낌이다. 휴식을 하기 위해 이동한 10분이, 강렬한 운동을 한 사람 마냥 온 몸이 땀으로 뒤덤벅이 된다. 그렇 하루하루의 피곤은 발바닥에서부터 차고차곡 쌓여가는 기분이다.
왜 이렇게 쉽게 피곤해질까?
한낮의 자외선과 태양열은 피부 표면을 넘어, 우리 몸의 체온 조절과 수분·전해질 균형에 직접 영향을 준다. 땀과 함께 나트륨, 칼륨 같은 미네랄이 빠져나가고, 체온을 낮추기 위해 심장이 더 빨리 뛴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급격히 소모된다. 결과적으로 오후가 되면, 아무 일도 안 해도 ‘방전된 느낌’이 찾아오는 것이다.
강한 자외선은 피부 세포뿐 아니라 면역 시스템에도 영향을 준다. 햇볕을 적당히 받으면 비타민 D가 만들어지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오히려 염증 반응과 피로 물질이 증가한다. 쉽게 말해, 태양이 준 선물과 벌이 동시에 오는 셈이다.
한낮 피로를 줄이는 생활 팁
- 외출 시간 조절하기 : 오전 10시~오후 3시는 자외선이 가장 강하다. 이 시간대에는 야외 활동을 최소화하고, 부득이하게 나갈 땐 그늘과 실내를 자주 이용한다.
- 차단막 3종 세트 : 넓은 챙 모자,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이다. 특히 운동을 나가게 되는 경우, 자외선 차단제는 외출 30분 전에 바르고, 땀을 많이 흘렸다면 2~3시간마다 덧바르는 것이 좋다.
- 수분 + 전해질 보충 : 물만 마시는 것보다, 이온음료나 코코넛 워터, 수박·오렌지·바나나 같은 과일로 전해질까지 채워주는 게 좋다. 그래야 체온 조절과 근육 기능이 무너지지 않는다.
- 의상 선택 : 통풍이 잘되는 밝은색 면이나 린넨 소재 옷이 열 반사를 도와준다. 검은색, 두꺼운 소재는 열을 흡수해 피로를 더 키운다.
- 체온을 낮추는 휴식 : 돌아와서 미지근한 물로 샤워해 땀과 열기를 씻어내고, 손발을 시원한 물에 담그면 피로가 조금씩 회복된다. 찬물로 갑자기 샤워하면 오히려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 (사실 아파트에 찬 물을 틀어도 물이 이미 미지근해 있는 듯 하다)
한낮의 태양은 삶을 밝히는 빛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기를 빼앗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태양과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면서 지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건 ‘더위를 피하는 요령’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지혜’에 가까운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