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산 로부스타
아침마다 타서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 한 잔.
그 안에 담긴 원두의 고향이 어디일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정답은 의외로 가깝다. 바로 베트남, 그리고 그중에서도 로부스타다.
2010년대 초만 해도 이미 전체 커피 소비 중 약 90%가 인스턴트 커피였다. 한국 전체 커피 시장에서 인스턴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분명히 줄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시장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인스턴트 커피의 대부분 원료는 베트남산 로부스타 원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로부스타는 전 세계 커피 생산의 40~45%를 차지하는 보편적인 품종이자, 인스턴트 커피의 핵심 원료로 쓰인다. 그중에서도 베트남은 로부스타 생산과 수출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무려 베트남에서 생산된 커피의 95% 이상이 로부스타일 정도로, 전 세계 커피의 맛과 향을 베트남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우리가 아침에 한 잔 우려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 한 봉지에도 베트남의 고원의 강건한 햇살과 흙냄새, 그 탄탄한 커피 문화의 연장이 담겨 있는 것이다.
1. 로부스타, 인스턴트 커피의 DNA
커피 원두는 크게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두 품종으로 나뉜다. 아라비카는 부드럽고 향이 섬세하지만, 가격이 높고 병충해에 약하다. 반면 로부스타는 쌉싸래하고 진한 맛, 높은 카페인 함량, 강한 내병성을 자랑한다. 이 특성이 바로 인스턴트 커피의 핵심 요구 조건과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전 세계 인스턴트 커피 원료의 대부분은 로부스타로 만들어진다.
2. 세계 로부스타의 중심, 베트남
베트남은 로부스타의 절대 강자다. 연간 생산량의 95% 이상이 로부스타일 정도로, 세계 1위 생산·수출국 지위를 오랫동안 지켜왔다. 특히 중부 고원(Central Highlands) 지역의 붉은 화산토와 건기·우기의 뚜렷한 기후는 로부스타 재배에 최적이다. 전 세계 커피 시장에서 베트남 로부스타는 가격 경쟁력과 안정적인 공급량으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다.
3. 한국 인스턴트 커피와 베트남의 연결고리
한국은 오랫동안 인스턴트 커피 강국이었다. 한때 전체 커피 소비의 90% 이상이 인스턴트였고, 지금도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 인스턴트 커피의 주원료가 바로 베트남산 로부스타다.
국내 대형 커피 제조사들은 대량의 로부스타 원두를 베트남에서 직수입해 가공·추출·분말화한 뒤, 우리가 익숙한 커피믹스와 스틱커피로 만들어낸다. 즉, 한국인의 아침과 오후를 책임지는 그 한 잔 속에 베트남 고원의 햇살과 흙내음이 녹아 있는 셈이다.
4. 소비자의 선택지, 변하는 취향
최근 스페셜티 커피와 아라비카 원두가 주목받으며, 소비자의 선택지는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인스턴트 커피는 저렴하고 편리하며, 꾸준히 마실 수 있는 ‘생활형 커피’로 사랑받는다. 특히 로부스타 특유의 진하고 쌉싸래한 맛은 설탕과 프리마를 만나 부드럽고 중독성 있는 조화를 이룬다. 이 맛을 기억하는 세대에게 인스턴트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 문화다.
5. 한 잔 속에 담긴 이야기
한 모금의 인스턴트 커피 속에는 베트남 농부들의 손길, 고원지대의 기후, 그리고 국제 커피 무역의 거대한 흐름이 함께 담겨 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그 순간,
이미 베트남과 한국은 커피 한 잔으로 조용히 이어져 있다.
다음에는 베트남의 커피 역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