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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04. 2024

원수는 이승에서 갚겠다는 베트남인

이승에서 은혜는 못 갚아도 원수는 반드시 갚는다

 베트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 "이승에서 은혜는 못 갚아도 원수는 반드시 갚는다"라는 말이 있다는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다. 베트남 사람들이, 좋을 때는 한 없이 좋다가도 돌아서면 무서울 정도로 차갑고 냉혈 하다는 말을 들으면서 닭살이 돋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로안 국장의 즉결 처형 에디 애덤스 AP통신기자 촬영

 베트남 사람들의 지역별 특성상, 중부 지역의 사람들이 윗사람에 충성하고 일에 충실하다가도 회사를 떠나게 되거나 사람과 헤어지게 되는 경우 사고가 생기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글은 쓴 적이 있다. 중부지역의 사람들은 산업이 발전하지도 못했고, 정치적으로는 베트남 전쟁 당시 공산당에 적극적이지 않은 관계로 해방 이후 일종의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 이리저리 밀리거나 밑에서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지역 사람들은 대학을 나와 기업에 들어가도 소수에 그쳤으며, 남의 충실한 부하가 되는 것이 신분 상승을 위한 유일한 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만약 문제가 발생하여 쫓겨나거나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되면 바로 배신이나 배반을 하는 것이다. 그만큼 충성을 다 했는데도 자기가 받는 처우가 분명 불공평하고 자신의 문제가 아닌 사회 또는 타인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건 중부지역 사람뿐만이 아니라 베트남 민족 대부분이 그렇다는 말을 듣게 되니 무서운 생각까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베트남에서 다문화 가정을 이룬 분들을 많이 보았고 지금도 주변에 많은 분들이 가정을 이루고 화목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름답다. 한 편 갈라선 경우도 많이 이야기를 들었고 지인들 중에도 4명이나 그 경험을 갖고 있다. 이혼이야 한국에서도 그리 어렵게 발생하는 일도 아니니 서로 맞지 않아 살다 헤어지는 것이야 누구를 뭐라 하겠는가! 그런데 그 사람들 대부분이 재산분배 문제로 다투거나 심지어는 법적 소송에 휘말려 있는 분도 있다는 사실이 문제인 듯하다. 특히 대부분은 한국 사람의 재산이었는데 베트남 여성 측이 다 뺐어 갔다거나 아니면 더 가져가기 위해 싸우거나 심지어는 숨어 버리고 재산은 찾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람 산다는 것이야 어디든 다 똑같고, 착한 사람도 있고 악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행동하고 살아 가느냐에 따라 주변 환경 또한 바뀌겠지만, 내 나라도 아니고, 문화와 사고 자체가 다른 부분을 개인이 모두 극복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사람들이 이곳에 살면서 화도 많이 내고 잘잘못을 따지는 행동이 어찌 보면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반면 일상에서 무슨 일이 발생해도 대수롭지 않은 듯 웃어넘기는 또는 웃어넘기려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별일 아닌 것 같은데도 웃통을 벗고 길거리에서 돌을 집어 든다거나 하는 것을 보면 섬뜩한 때가 있다. 


 '나름의 성질을 내는 무슨 기준이라도 있는 것일까?' 싶기도 하다. 어찌 되었건 조심하면서 살고 원수 짓는 일 하지 않으면서 사는 것이 최선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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