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품은 자장가, 사람을 품은 자장가
오늘 아침 우연히 일본인 가수가 부르는 "섬집 아기" 동요를 들었다. 작은 섬마을 오두막집, 아기를 돌보는 엄마의 모습이 떠오르며 마음이 저릿해졌다. 사실 이 노래는 많은 이들이 이미자의 목소리로 기억하지만, 사실은 어린이 동요로 만들어진 노래이다. 자연스레 '고향의 봄' '기차길옆 오막살이' 같은 옛 동요들도 이어서 듣고 있다. 이런 노래들은 어린 시절부터 귀에 익고 몸에 배어, 이제는 우리 가슴속에 ‘옛 고향’처럼 남아 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베트남에도 우리처럼 세대를 넘어 불려지는 대표적인 동요가 있지 않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그 노래들은 오늘도 유치원 교실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엄마 품에서 들려온 노래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귀에 익은 동요, 〈섬집 아기〉.
섬마을 작은 집에서 아기를 안고 달래는 엄마의 모습을 그린 이 노래는, 단순히 어린이가 따라 부르는 동요라기보다는 엄마가 아기에게 불러주는 자장가에 가깝다.
“엄마 품에 아기가 있고, 바닷바람에 빨래가 펄럭이며, 작은 집 안은 따뜻하다.”
이 구체적인 풍경은 곧 우리 마음속 ‘고향의 그림’이 되어 세대를 이어 전해졌다.
베트남에도 이와 비슷한 자장가가 있다. 〈Ầu ơ ví dầu〉.
베트남 엄마들은 흔들리는 아기를 품에 안고 이 노래를 부르며 재웠다.
“비록 대나무 다리는 흔들려 걷기 어렵지만, 엄마가 네 손을 잡아 이끌어주마. 너는 학교 길로 가고, 엄마는 인생의 길을 간다.”
이 노래는 단순히 아이를 잠재우는 자장가가 아니라, 엄마의 삶과 지혜, 그리고 사랑을 비유로 전하는 노래다.
풍경과 비유의 차이
〈섬집 아기〉는 구체적 풍경을 보여준다. 작은 집, 바닷바람, 엄마와 아기의 일상이 선명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듣는 이에게는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고향 풍경이 각인된다.
반면 〈Ầu ơ ví dầu〉는 비유와 교훈을 담는다. 흔들리는 다리는 인생의 어려움이고, 엄마가 손잡아 주는 것은 삶의 지혜다. 베트남 자장가는 풍경보다는 삶의 의미와 관계를 중심으로 노래한다.
즉, 같은 ‘동요’라 해도 한국은 풍경과 고향 중심, 베트남은 사람과 관계 중심이라는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앞서 살펴본 자장가의 비교(섬집 아기 vs Ầu ơ ví dầu)는 이 차이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두 나라 동요가 말해주는 것
동요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어린 시절 가슴에 새겨져 평생 잊히지 않는 문화의 DNA다.
한국과 베트남의 동요는 주제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고향·자연·풍경을 담아 향토적 정서를 전하는 반면, 베트남은 가족·선생님·예절을 노래하며 관계적 정서를 심어준다.
그래서 한국인은 ‘고향의 봄’을 들으며 꽃피는 산골을 떠올리고, 베트남 아이들은 ‘Con cò bé bé’를 부르며 엄마의 사랑과 인사를 배우고, 또 자장가 ‘Ầu ơ ví dầu’를 들으며 엄마 품속에서 삶의 지혜를 함께 전해받는다.
한국 동요 5곡
고향의 봄 : 꽃피는 산골 풍경 속 고향을 그리워하는 대표 동요
섬집 아기 : 섬마을 오두막집에서 아기를 돌보는 엄마의 따뜻한 모습
기차길 옆 오막살이 : 철길 옆 작은 집과 풍경 속 어린 시절의 추억
오빠 생각 : 들길을 따라 오빠를 기다리는 소녀의 마음, 자연과 가족의 정서 결합
산토끼 : 산과 들을 누비는 토끼, 자연과 놀이를 노래한 익숙한 풍경
베트남 동요 5곡
Ầu ơ ví dầu : 흔들리는 다리와 엄마의 손을 비유로 삶의 지혜를 전하는 자장가
Con cò bé bé : 작은 황새를 통해 엄마의 사랑과 아이의 예절을 가르치는 노래
Đi học : 학교에 가는 길, 선생님을 만나는 기쁨을 노래
Mẹ yêu không nào : 엄마의 사랑과 가족의 애정을 표현하는 따뜻한 동요
Em yêu trường em : “내가 사랑하는 우리 학교”, 교정과 친구들에 대한 애정 가득한 노래
동요 한 곡은 짧지만, 그 안에 한 사회의 가치관과 풍경이 녹아 있다. 〈섬집 아기〉와 〈Ầu ơ ví dầu〉, 두 노래를 나란히 놓고 들어보면 우리가 어디서 왔고, 무엇을 소중히 여겨왔는지가 선명히 드러난다.
자연을 품은 자장가, 사람을 품은 자장가.
그 둘은 다르면서도, 결국 엄마의 사랑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이어져 나온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