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독립기념일 전야에 벌어진 헤프닝
9월 1일. 다음 날 독립기념일을 맞아 매장 휴무를 고객분들께 통보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아침엔 어머님과 통화도 했고, 내일은 붕따우 해안가를 따라 사찰과 성당을 도보로 둘러볼 계획에 들뜬 기분이었다.
저녁 무렵, 오랜만에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형님, 간만에 소주 한 잔 하시죠.”
늘 사연이 많아 보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드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사는 모습 이야기를 하고 듣다 보니 말도 많아지고, 술도 더해갔다. 결국 그의 집으로 자리를 옮겨 또 한 잔. “34년산”이라던 술 한 모금을 마신 순간부터 기억이 완전히 사라졌다.
눈을 떠 보니 내 방 침대 위였다. 하지만 핸드폰도, 가방도, 심지어 손목의 시계와 묵주도 보이지 않았다.
'그 집에 놓고 온 건가?'
'어떻게 집에 와 있는 거지?'
학창시절, 술자리를 해도 외박은 해본 적이 없었다. 친구들과 여관을 잡고 술판을 벌이고 뒹글고 자다가도 무의식중에 집으로 돌아오던 습관 탓에 친구들에 핀잔을 듣기도 했다. 갑자기 같이 있던 녀석이 사라져 밖에 나와 찾느라 쇼를 했다고.
'그렇게 무의식중에 집에 돌아왔겠지’ 싶었다.
문제는 물건들이었다.
오늘 아침 한 지인이 매장을 찾아왔다. 어제 몇 번을 전화드렸는데 아예 불통이여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가 싶어 와 보았다고 한다. 어제 상황을 모두 설명하니 혹시 집으로 돌아오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잠든 사이, 지나던 사람이 챙겨간 것 아닐까요? 라고 추측했다. 별별 생각이 다 스쳤다.
해외 생활에서 다시 깨달은 주의 사항
1. 평상시 귀중품 휴대는 최소화하라 : 왜 가방에 주민등록증, 달러 현금을 모두 가방 안에 넣어 다니고 있었을까?
2. 업무 필수품은 분산 보관하라 : 회사 직인, 노트북, USB, 사진과 글 자료까지 한꺼번에 들고 다닌 건 치명적인 위험이었다. 특히나 노트북이 있는데 사진이 필요하다고 이동용 대형 USB도 같이 들고 다녔다. 문제는 그 안에 다른 자료들도 같이 보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사진이나 임시 자료들만 따로 USB에 보관하고 들고 다녀야겠다.
3. 비밀번호 관리 : 은행, 여러 인터넷 사이트 아이디/비밀번호를 노트북에만 저장해 둔 것도 문제였다. 노트북이 없다고 생각하니 한국의 은행계좌와 쳇GPT, Vrew 등의 모든 이용이 불가능하게 될 처지였다. 이중 저장과 별도 기록을 해서 보관해 두어야겠다.
4. 방심은 절대 금물 : 특히 두 명이서 하는 술자리는 더욱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기묘한 아침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장으로 출근했다. 전날 술상은 그대로였고, 나는 혼자 설거지를 하고 대청소를 했다. 만약 그 후배의 집에 가방을 놓고 왔다면 출근길에 후배가 혹시 가방을 전해주지 않을까 싶어 매장 앞을 두리번거리며 기다렸다.
점심 무렵, 매장 문이 열렸다. 내 가방을 든 사람이 들어왔다.
“부장님 댁에 사장님이 가방을 놓고 가셨는데, 외근 때문에 못 오셔서 대신 가져다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순간 세상을 다시 얻은 듯한 안도감이 몰려왔다.
그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그 지인 역시 “기억이 하나도 없는데, 아침에 보니 가방과 시계가 있어서 갖고 있었다”며 미안해했다. 나는 연신 “무슨! 고맙습니다!”만 되풀이했다.
정신줄 놓는 건 한순간
사고는 늘 한순간 방심에서 생긴다. 이번 일을 겪으며 해외 생활에서 반드시 고쳐야 할 점들이 뚜렷해졌다.
'정신줄 놓지 말자.'
단순한 다짐이 아니라, 앞으로의 생활 습관을 지켜주는 계기로 만들어야겠다.
실제로 한 번도 내 가방이나 시계를 어디에 놓고 와 본 적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도둑을 맞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가 그 집에 있었던 것에 다시 한 번 감사하며, '내가 전에는 이랬는데....'라는 말을 못하게 생겼다.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정말 등골 오싹한, 하지만 고마운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