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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부르는 바람, 베트남 남부의 스콜 이야기

바람으로 비를 예측하는 사람들, 그리고 우기철에 꼭 지켜야 할 생활 지혜

by 한정호

점심시간이 지나 마지막 손님들이 나가시자 마자, 직원이 빨리 숙소로 들어가 쉬라고 한다. 딴 때보다 20~30분이나 빠른 듯 해서 '직원들이 쉬려고 하나?' 싶어 "왜? 오늘은 빨리가라고 재촉해요?"라고 묻자 곧 비가 올 거라는 것이었다. '하늘을 보아도 멀쩡한데... 손님도 없으니 가지 뭐...'라며 천천히 가방을 정리하고 자전거에 올랐다.


1km도 되지 않는 거리. 그런데 중간에 비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앞에서는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 우의를 입고 있다. 아파트에 도달하면서 '1분만 늦었어도 비 맞은 생쥐꼴이 되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로 들어오니 밖은 떨어지는 빗줄에 소리가 요란하다. 베트남 사람들의 현실감이 놀라울 뿐이다. 하늘의 구름을 보고 비가 내리는 것을 예측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알고 보니 바람을 느낀다고 한다. 비가 오기 전에 바람의 강도가 세어진다고.

베트남 남부의 스콜 현상


바로 이런 경우가 베트남 남부에서 흔히 겪는 스콜(squall) 현상이다. 스콜은 구름이 천천히 몰려오며 비를 내리는 게 아니라, 갑작스럽게 바람이 세차게 불며 폭우가 쏟아지는 것을 말한다. 길어야 30분 남짓 지속되지만, 그 몇 분이 주변 풍경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도로가 금세 물바다가 되고, 우산은 소용없이 뒤집히기 일쑤다.

현지 사람들은 하늘보다 바람을 먼저 읽는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순간적으로 달라지면 "이제 곧 비가 온다"는 신호다. 기상예보보다 훨씬 정확한 생활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스콜에 대비하는 생활 팁

1. 우산 대신 우의

스콜은 바람을 동반하기 때문에 우산은 거의 소용이 없다. 현지인처럼 오토바이용 우의를 갖추는 것이 훨씬 실용적이다.

2. 바람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기

기압 변화로 인해 바람이 세지고 공기가 눅눅하게 달라질 때가 있다. 이 순간을 눈치채면 미리 대피할 수 있다.

3. 이동은 잠시 멈추기

갑자기 내리는 비 속을 억지로 뚫고 가려 하지 말고, 근처 가게나 처마 밑에서 10~20분만 기다리면 대부분 그친다.

4. 소지품 방수 준비

가방 안 전자기기나 서류를 위해 간단한 지퍼백이나 방수 파우치를 상비하는 것이 좋다.

5. 외출 전 창문 꼭 닫기

우기철 스콜은 비와 함께 강한 바람이 몰아치기 때문에 창문을 조금이라도 열어 두면 빗물이 집 안 깊숙이까지 밀려 들어온다. 호텔, 아파트, 숙소를 막론하고 외출할 때는 반드시 창문을 닫아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작은 부주의가 큰 낭패로 이어질 수 있다.


스콜은 불편한 기후이지만, 동시에 베트남 남부의 계절감을 강하게 체감하게 해주는 풍경이다. 몇 분의 폭우가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맑아지며 다시 평온한 일상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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