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움 속에 스며든 작은 해프닝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보스가 배를 뒤집고 애교를 부린다. 잠시 쓰다듬어 주고는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요사이 아침마다 게으름이 늘어난 것 같아 마음을 다잡고 싶었다. ‘일요일 아침이니 성당에선 미사가 있겠지?’ 하는 기대를 품고 향한 곳은 푸미의 Song Vinh 성당이다.
자전거로 15분 남짓, 뒷골목 마을을 살피며 천천히 달려 도착하니 아직 7시도 되지 않았다. 이미 신도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었고, 아오자이를 곱게 차려입은 처자들이 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었다. 몇 번 와본 곳이지만, 내가 본 성당 중 가장 아름답다고 기억하는 곳. 경내는 미사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번에는 건물보다 사람들에 눈길을 두었다. 보이스카웃을 떠올리게 하는 단복 차림의 학생들이 눈에 띄었고, 반별로 나눠 앉아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새로 들어온 신도들은 무릎을 꿇고 기도한 뒤 자리에 앉았다. 아이는 나를 보고 놀라 엄마 품에 달려들었고, 합창단의 목소리가 성당 안을 가득 채웠다. 음정은 어긋났지만, 높은 곡조를 끝까지 따라 부르는 모습이 오히려 성스럽게 다가왔다.
종소리와 함께 시작된 미사. 나는 잠시 경내를 둘러본 뒤 다시 밖으로 나왔다. 맑은 하늘, 종소리, 사람들의 얼굴이 만들어내는 평화가 마음을 채웠다.
성당을 나와 여유를 이어가고 싶어 근처 분짜 하노이 식당을 찾았다. 아침 일찍 움직인 덕분일까, 국수가 모자라 하나를 더 시키자 주인이 고기와 채소까지 듬뿍 얹어주었다. 결국 혼자 두 그릇을 해치우고, 길가 공원 카페에 들러 아이스커피까지 곁들이니 그야말로 풍성한 주일 아침이었다.
매장으로 돌아와 앉아 있는 배가 묵직해 지는 것이 느껴졌다. 배가 살 아파오는 듯 해, 오늘은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천천히 다녀오자는 생각으로 매장의 문을 잠그서 나서려는데 갑자기 엉덩이가 무거워진다. '으... 이게 아닌데...' 화장실로 오르는 계단에서부터 뽀롱 뽀롱 무언가 기어 나오는 것이 느껴지더니, 화장실 바로 앞에서 결국 지리고 말았다. 속으론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일부러 여유를 갖고 출발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내가 이 정도도 참고 이겨내지 못할 정도로 몸에 대한 조절 능력이 약해진 것일까?' '어르신들이 똥 오줌 못 가린다'는 말이 이런 것일가? 그 짧은 순간에도 여러 생각이 스쳤다.
그래도 매장에서 휴지를 챙겨 왔으니 정말 다행이었다. 화장실 앞에 설치된 휴지도 챙기지 못하고 들어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간 휴지로는 택도 없었다. 어디선가 우스개 소리로 들었던 어느 여성의 말이 떠올랐다. '그럴 땐, 양말 쓰세요.' 이런 것도 도움이 될 줄이야. 결국 그 화장실엔 내 팬티와 양말이 모두 담겨졌다.
마침 1층에 Go Mart가 있어 새 속옷과 양말을 바로 사 올 수 있었다. 이것 또한 내게 고마움을 일러 준다. 한바탕 소동 끝에 다시 평상에 앉아 커피 잔을 마주하니, 아침의 평화가 조금은 돌아온 듯하다.
풍성하기만 했던 주일 아침,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담아 오늘 아침을 채웠다. 이렇게 평화로움을 다시 이어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