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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

유퀴즈 N년차 특집 한 어린아이의 인터뷰를 보다가

by 프로이데 전주현

어른은 시간이 없다며 미간을 찌푸렸지만 아이는 시간이 느리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 오늘도 겨우 점심시간이 지났어요 어서 어른이 되고 싶은데 말이죠

양보 없는 시간 논쟁은 두 사람 사이를 지나는 푸른 눈의 길고양이가 있어 잠시 중단되었다 푸른 눈은 굳이 두 사람 사이에서 기지개를 켜고선 소리 없는 하품을 했다 윤기 없는 털이 삐쭉 서도록 동작이 큰 기지개였으나 아이고, 하는 투의 야옹 소리 한번 없었다

어른은 내심 고양이가 알아서 자리를 비켜주었으면 하고 눈치를 주었다 그러나 푸른 눈은 보란 듯이 두 사람 사이에 웅크리고 앉았다

- 아는 고양이니
- 아니요

아이의 목소리가 갑자기 작아졌다 온 신경이 푸른 눈에게 향한 듯했다 손끝을 계속해서 움직이다가도 이따금 침을 힘겹게 삼키는 게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인 듯했다

- 얘는 여기서 자려나 보구나

푸른 눈이 오른쪽 눈부터 감으며 졸기 시작하자 어른이 말했다 왼쪽 눈마저 실눈 모양을 하자 어른은 등 쪽을 토닥이기 시작했다 그릉그릉 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이는 이전보다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선 어른을 올려다보았다 두려움이 조금 옅어진 듯한 표정이었다

- 이제 한번 토닥여 보렴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쭈뼛하던 아이는 어른의 손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푸른 눈 위를 살포시 덮었다 말았다를 반복했다 아이의 손길이 한 겹 한 겹 푸른 눈의 낮잠을 안아주었다 그새 그르렁 소리가 좀 더 커졌다 아이는 다시 속삭이듯 말했다

-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보드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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