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방 한 개가 있습니다. 변두리에 자리 잡은 것 치고 영향력이 꽤 큰 방입니다. 입구와 출구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출구보다는 입구가 더 자주 열립니다. 직접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나 상황 앞에서 활짝 열립니다. 곧바로 내뱉지 못한 말이나 실행에 옮기지 못한 행동이 택배 상자의 모습을 하고서 방바닥을 메우기도 하고, 페인트 물감이 되어 방 내부를 한 층 더 도톰하게 쌓아 올립니다. 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잠시 뒤로 젖혀둔 것들입니다.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보류해 둔 것들입니다. 순발력 있게 밖으로 표출하진 못했지만 뒤늦게라도 출구로 걸어 나가게 할 것들입니다(경우에 따라서는 폭발할 수도 있지만요).
김중혁 작가님의 소설 <딜리터>의 딜리팅(deleting)이 마음속 그 방문을 여는 행동 같습니다. 소멸과 제거의 과정이 아니라 좀 더 고민한 끝에 전달하는 진심과 결정 같습니다. (알게 모르게) 제가 마음속 방으로 초대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지 들여다봅니다. 일상의 페스츄리를 겹겹이 파헤치는 기분입니다(조이수의 시력을 가진 것 같군요). 재밌습니다.
+ 독서를 정리하는 오늘 아침, 강치우처럼 책 점도 봐 보았습니다(왼쪽 페이지에서는 “… 마음에 드는 녀석은 하나도 없었다”, 오른쪽 페이지에서는 “… 책이나 읽을게요. 필요하신 거 있으면 부르세요”라고 적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