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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Oct 02. 2020

34. 미역국 한 상을 내주던
라데팡스 아파트 집주인

ESSEC 비즈니스 스쿨 겨울 계절학기 노트(1)

2017.01.01 일요일


"이리 와." 


깔끔한 연두*보라색의 IZY 열차

유럽을 찾을 때마다 파리는 내게 그렇게 손짓하곤 했다. 이번으로 네 번째 파리다. 도대체 나와 무슨 인연이 있는 걸까 이 도시는. 계절학기 때문에 억지로 방문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한 해의 첫날을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멋지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냥씨와의 겨울여행 짐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곧장 파리로 향하는 짐을 꾸렸다. 드르륵드르륵 캐리어를 끌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수업을 들을 학교는 '에쎅 비즈니스 스쿨(ESSEC Business School)'. 프랑스에서 꽤나 명망 높은 경영대로, 졸업 요건으로 인턴십 2년이었나, 꽤나 도전적인 과제들을 내주는 걸로 알고 있다. 뤼벤대학교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과 MOU를 맺고 지내며, 파리 근교 세르지(Cergy)에 본 캠퍼스가 위치해 있다. ESSEC에서의 1주일 집중 강좌/계절 학기를 위해 몇 주 전부터 교통편과 숙소를 예약해 두었다. 저가 고속 열차 IZY는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한 기차로 브뤼셀 미디 역에서 단돈 19유로에 파리 북역(Gare du Nord)까지 운행한다. 파리와 브뤼셀을 이어주는 최단 루트와도 같다. 




숙소로는 파리 新 개선문이 있는 라데팡스 역(La Défense) 근처의 한 아파트 방을 빌려두었다. 나와 동일한 복수학위 프로그램으로 뤼벤을 찾은 한국인 학생들 모두가 세르지 본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는 반면, 내가 신청한 수업 도심 속 분교 캠퍼스와도 같은 라데팡스 캠퍼스에서 수업이 이뤄진다고 이메일을 받았다. 그러니 굳이 세르지 쪽에 숙소를 잡을 필요가 없었다.


추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ESSEC 본 캠퍼스는 '파리 (근처)에 위치'라는 문구로 수많은 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세르지는 학생들이 생각하는 파리의 대학교 이미지를 전혀 갖추고 있지 않다.  '서울 (근처)에 위치'라고 대학생들을 꼬드기는 서울 여느 대학들의 홍보 전략이 프랑스에서도 목격되는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라데팡스 캠퍼스가 파리 중심과도 더 가깝고 깔끔한 몰 안에 위치해 있기에 더 맘에 들었다. 공부도 하고 짬 내서 여행도 할 수 있다. 물론, 수업을 듣고 나서 파리 여행을 할 체력과 시간적 여유가 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잔인하게도 크리스마스 방학이 지나고 나면, 1-2월 중에 1학기(가을/겨울학기) 기말고사를 치러야 한다. 방학이 온전히 방학이지 못한 느낌이다. 


이제 막 크리스마스 시즌을 마친 파리의 아파트 로비 풍경. 오른편의 검은색 케이지 같이 생긴 게 바로 엘리베이터다! 와우!


라데팡스 역에서 숙소 주인을 만났다. 점잖은 인사가 이어졌고, 나는 역에서 아파트까지의 이동 경로를 외우려고 조금은 긴장해 있었다. 그러나 아파트 로비에서 파리의 오래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보고 나서 긴장감은 금세 설렘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분위기였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집주인은 "밥 못 먹었다고 했죠?"라고 묻더니 미역국 (같은 음식) 한 그릇을 대접해 주었다. 한국에도 이런 음식이 있다고 하니 깜짝 놀라며 자기가 겨울에 즐겨 먹는 수프라고 했다. 알고 보니 집주인은 라데팡스 근처 레스토랑에서 보조 셰프로 일하는 요리 실력자였다. 


의도치 않은 미역국 먹방 이후에 예약한 방으로 들어선 나는 귀여운 방의 풍경과 한편에 마련된 웰컴 기프트 덕에 수업을 들으러 파리를 찾았다는 사실은 잠시 잊은 채, 자그마한 창문 바깥 풍경을 즐기기에 바빴다. 내일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웰컴 식사(뜻밖에 미역국)와 방 한 켠에 마련된 웰컴 디저트(오른쪽)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한해의 첫날이다 보니 그래도 일기장에 한해 다짐을 적어두는 '판에 박힌 행동'을 하기도 했다. 당시 나의 한해 목표는 '회복'이었다. 아무래도 무사귀환과 무사 졸업을 위한 나날들을 보내다 보니 꽤나 지쳐 있었따. '벨기에에서의 과정들을 다 마치고 한국에서의 삶으로 복귀하리라'하는 마음이 크긴 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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