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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Dec 22. 2023

광원

23.12.11 22:56 씀

카메라가 향한 곳은 오색찬란한 광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를 든 사람이 서 있는 곳은 해를 마주 보는 곳이었지요. 사람은 셔터를 눌렀고 카메라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빛을 마주하기로 한 것이지요. 사람은 곧바로 카메라를 들어 라이브러리를 확인했습니다.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지요. 사진 속 광장은 청연 했어요. 흑백사진 같았죠. 색색의 풍경이 오랜 영화 속 풍경으로 변하다니, 사람은 신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봤던 광장에는 빨강도 있었고 파랑도 있었고 회색도 있었고 노랑도 있었지만 하얗고 검은 건 없었거든요. 색이 없었던 걸까, 색이 함몰된 걸까, 색이 압축된 걸까, 색이 어쩌면 있었는데 못 보았던 걸까. 카메라 탓을 할 법도 한데 사람은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눈을 돌렸습니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었던 걸까.

무엇을 보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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