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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Dec 15. 2023

보온

23.12.14 21:47 씀

세수하듯 입는 목폴라

따뜻하게 휘감는 소리의 통로

날실과 씨실의 어우러짐

덧대어지고 겹쳐 있는 모양새


부드러움, 

부드러운 것 안에 더 부드러운 것


끄덕이는 고갯짓

고민하느라 떨군 고개

긴장감에 끌어당긴 턱

주변을 살피느라 움직인 흔적


목폴라의 접힌 부분이 면적을 넓혀가고 

단정히 접어 둔 단면이 뭉툭하게 뭉개지고


그 모습이 맛있고 

인간적이고


목폴라를 벗을 때쯤엔 

한껏,

품이 여유롭다고 느끼지


그때면, 그 정도 되면, 


소리의 통로를 감싸고도는 실오라기 하나 없더라도 

원목 책상 위에 캐모마일 꿀 차 한 잔을 두고 가는,

'방해하지 않을게' 하는,


사람이 있겠지


달콤함,

달콤한 것 안에 더 달콤한 것


내일도 목폴라를 입을 이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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