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를 꼈던 곳과 손목시계 찼던 곳에 희뿌연한 강이 흐를 때 하루살이의 날개 한 쌍은 인간의 왼팔 위에 내려앉아 휴식을 취하고 인간은 얼굴을 깊게 붉힌 과일 하나를 맛있는 녀석으로 골라달라며 할머니께 부탁을 한다
하루살이가 쉬는 중에도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 바람에 인간은 《아잇 간지럽게》 하며 오른손등으로 휴식을 쓸어내렸고 그러느라 《아무거나 골라도 다 달어》 하는 할머니의 말을 듣지 못한다
할머니의 문장은 에어컨 모터에 빨려 들어가 자취를 감춘다 제자리를 지키는 건 매대에 놓인 붉은 얼굴의 과일뿐이다 손가락과 손목에 흐르던 강이 유속을 늦춘다 곧 무거운 비가 내릴 거라는 날씨 예보가 들린다
하루살이는 오후 열한 시를 맞은 신데렐라처럼 시계를 확인한다 바스스 부르르 파르르 휘리리 어느 표현이 가장 적합할지 모를 날갯짓을 계속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