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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Jun 14. 2024

기억의 방식

24.06.13 17:46 씀

천 개의 조각 명화 퍼즐

몇 시간이 걸린다 

각 조각의 네 귀퉁이를 어르고 달래는 일


아구를 다 맞춘다

모난 것 하나 없고 내버려진 것 하나 없다 

무섭게도


>> 이 모습 그대로 넣어둘 곳 없나 << 나는 생각을 밖으로 한다

너는 조각 천 개가 들어있던 종이 상자를 가리킨다 

>> 정리해야지 <<


너는 찬장에서 쨍쨍한 잔치국수 면을 한 주먹 꺼낸다

나는 너의 등 뒤에다 소리친다

>> 조각이 모여서 큰 그림을 이루었는데도? <<


요란스레 끓던 냄비 속으로 국수가 들어간다 

>> 조각은 조각으로 남아야지 <<

어렵게 완성한 걸 뒤엎으라니


올곧은 국수 면발이 사방으로 흐트러진다 유영한다

면수에 넣었던 소금 한 주먹이 냄비 한가운데서 거품을 뿜는다

울컥하게


나는 완성된 퍼즐 그림에서 조각 하나를 떼어 낸다

냄비 속으로 조각을 던진다 >> 지금은? <<

너는 소리 지르지 않는다


국수 젓던 주걱으로 퍼즐 조각을 어루만진다

>> 그래도 정리해야지 << 

너는 계속 가스레인지 앞을 지킨다


부드러운 면발 사이 입체적인 면발 사이

참깨 같은 퍼즐 조각이 보인다

드문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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