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24 14:30 씀
미세먼지가 나쁜 날 그는 관자놀이를 문질러댔다
머리 아파? - 내가 물었고
응 - 그가 대답했다 고개는 끄덕이지 않았다
머리 아플 땐 머리가 흔들리지 않게 해야지
- 그는 양팔을 좌우로 곧게 뻗었다가 모았다 어느 산속의 도인 같았다
내가 너를 뒤에서 부를 경우엔 어떻게 뒤돌아보지 않을 거야 - 내가 물었고
고개 말고 몸을 돌려서 너를 볼게 온몸으로 너에게 반응할게 - 그가 대답했다
내가 이리저리 움직이면 고개를 움직이지 않을까 - 내가 다시 물었고
꼬챙이에 꽂힌 통닭처럼 빙그르르 돌지 뭐 어려운 일도 아닌데 - 그가 다시 대답했다
제자리에서 괜히 빙그르르 돌아본 거 어렸을 때 아니면 없잖아 - 내가 말했고
그러니까 - 그는 짧은 대답을 끝으로 공원 공터로 대뜸 달려 나가 빙그르르 돌았다
별 이유 없어 보이는 세상도 별 이유 없이 빙그르르 돌아보면 달라 보여
- 그가 대답했다 회전을 멈추자 정강이가 살짝 흔들렸다
꼬챙이에 꽂히진 마 크게 살아있다는 느낌이 없잖아
회전목마는 어때 - 나는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관자놀이를 문지르는 대신 세상을 빙그르르 돌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