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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Jun 28. 2024

두통의 변신술

24.06.24 14:30 씀

미세먼지가 나쁜 날 그는 관자놀이를 문질러댔다


머리 아파? - 내가 물었고

응 - 그가 대답했다 고개는 끄덕이지 않았다


머리 아플 땐 머리가 흔들리지 않게 해야지

- 그는 양팔을 좌우로 곧게 뻗었다가 모았다 어느 산속의 도인 같았다


내가 너를 뒤에서 부를 경우엔 어떻게 뒤돌아보지 않을 거야 - 내가 물었고

고개 말고 몸을 돌려서 너를 볼게 온몸으로 너에게 반응할게 - 그가 대답했다


내가 이리저리 움직이면 고개를 움직이지 않을까 - 내가 다시 물었고

꼬챙이에 꽂힌 통닭처럼 빙그르르 돌지 뭐 어려운 일도 아닌데 - 그가 다시 대답했다


제자리에서 괜히 빙그르르 돌아본 거 어렸을 때 아니면 없잖아 - 내가 말했고

그러니까 - 그는 짧은 대답을 끝으로 공원 공터로 대뜸 달려 나가 빙그르르 돌았다


별 이유 없어 보이는 세상도 별 이유 없이 빙그르르 돌아보면 달라 보여

- 그가 대답했다 회전을 멈추자 정강이가 살짝 흔들렸다


꼬챙이에 꽂히진 마 크게 살아있다는 느낌이 없잖아

회전목마는 어때 - 나는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관자놀이를 문지르는 대신 세상을 빙그르르 돌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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