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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Jun 21. 2024

베드타임 스토리

24.06.21 15:07 씀

그거 아니 


우리가 잘 때 일하는 요정들이 있대

두 눈 감고 이불을 덮으면 하늘에서 내려오지


요정들은 머릿속을 들여다 보고 근심과 걱정이 가득한 것들을 골라내 

공기 중으로 날려 버려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거

다 이유가 있었던 거지


근심과 걱정이 가득한 것들은 공기 중으로 날아가면서 작아져

눈에 보이지 않는 조각으로 흩어지지


그런데 제아무리 드넓은 하늘도 수용 공간은 한정적이야

쌓이고 쌓인 조각들을 이따금 한꺼번에 쏟아내야 하지


요정들은 그때를 대청소날이라 부르고

우리는 그때를 여름이라 불러


여름의 공기는 도톰해 

무겁다 못해 찐득하기도 하지 


그런데 층을 이룬 조각들이 요정들의 손을 떠나면 조각조각이 

점 . . .. .. ... ... .... .... ........ .........  


선을 이루지


선들은 우리 실루엣 위로 한꺼번에 

쏟아져


덕분에 하늘엔 금세 빈 공간이 생기지

그게 그렇게 가볍고 시원할 수가 없어


결국엔 비로 다시 내려서 나를 안아줄 거였니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고


다음 청소날은 늦게 왔으면 좋겠다 

요정들은 이렇게 기도하지


혹 오늘의 끝에도 두 눈 감고 이불을 덮을 시간이 있다면

방금 내가 했던 이야기를 떠올려 줘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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