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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Sep 27. 2024

재회의 기행문

24.09.27 17:19 씀

호흡의 재료가 말라가고

밤 산책이 산뜻해져

내 나라에서 여름과

이별을 하고 왔습니다


여름을 배웅했습니다

골목 모퉁이를 어기적 어기적

돌아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무섭게 무더웠다 해도

이별은 늘

아쉬움을 남기니까요

못 미더우니까요


여행을 왔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 정도

과거엔 이곳을 류큐 왕국이라 했

지금은 이곳을 오키나와라 부른다지요


무엇이 되었건 제겐

내 나라 남쪽 방향에 있는

섬나라일 뿐입니다

태양이 지독하고 꽃이 되바라진


여름과 재회했습니다

결국 여름이 걸어 나간 방향으로

모퉁이 너머까지

뛰쳐나온 셈입니다


잠깐만 - 하고 불러 세운 여름은

새파란 아이스크림 콘을 손에 들고

입안 가득 터지는 바다포도를

사러 가자고 나를 조릅니다 아무렇지 않게요


찬푸르라고 했던가요

마구 섞어 먹는 음식을

그 모습과 맛 그대로

여름과 나는 뒤섞입니다


아직 헤어질 수 없어

그래선 안 돼

보고 싶었어

여름을 꼭 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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