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03 21:29 씀
두 눈을 감고 숨을 깊게 고릅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도, 가장 먼 곳에도, 내가 있습니다. 출발지에도, 출발했기에 비로소 예정된 도착지에도, 내가 있습니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결국 부딪힐 겁니다. 여기에도, 거기에도, 있는 나와 충돌할 겁니다. 그때 그 부딪힘을 동력 삼아 나를 꼭 안고 싶습니다. 무섭고 이상하기도 하겠지만 꼭 필요한 행동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제2, 제3의 포옹은 찾아오지 않을 테니깐요.
생의 원근감을 무시하고 살기엔 나는 너무나 유약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고백이 나를 몇 번이고 다시 살릴 걸 나는 압니다. 나는 다시 움직일 겁니다. 두 눈을 다시 뜨고 가쁜 숨으로 편지를 쓸 겁니다.
가까이 있는 아이야
멀리 있는 아이야
속히 만나자
광대가 뭉개지도록 울고
함께 하늘을 우러러보자
닫힌 눈꺼풀 너머로 무언가 희미하게 보이는 기분입니다.
이승우 작가님의 <고요한 읽기>를 읽고 있습니다. 읽기 시작한 지 이제 막 이틀째인데, 책에 그은 밑줄도 붙인 인덱스도 벌써부터 꽤 많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기도하는 기분이 듭니다. 이미 속으로 기도를 드리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세 번째 챕터까지 읽은 뒤, 이번 주의 브런치 연재를 생각하다가 제 나름대로 짧은 독후감을 적어 올립니다. 다른 이들에겐 어떻게 읽힐지 모를 이 글이 부디 누군가에겐 도전이 되고 위로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