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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Oct 21. 2020

53. 헤어짐과 기차 연착을 위로합니다

써니와 함께 -  마인츠대 독일학 교환학기 회상 여행 (5)

17.03.


헤어짐만이 유일한 일정이던 하루. 써니와의 추억여행은 "한국에서 다시 만나자"라는 인사와 포옹으로 끝이 났다. 기차 차창 바깥의 친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긴 처음이었다. 쉬움이 컸다.


뤼벤 기숙사에 이르기까지는 쾰른과 리에주, 두 역에서의 환승이 필수적이었다. 그런데!!! 원래대로라면 초저녁에 마무리될 여행에 차질이 생겼다. 쾰른까지의 기차여행이 예상 밖으로 길어졌고 결국에는 리에주 행 ICE를 놓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안내 방송에 따르면 선로에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피곤한 몸과 무거운 짐에 그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다소 뒤틀리긴(?) 했으나 이윽고 '급할 거 없잖아'하는 생각이 들면서 선로 위 사건이 경미한 일이었기를 기도했다. 비록 마주 보고 앉은 할머니와 손녀딸은 한 시간 연착이 말이냐 되냐며 온갖 불평을 늘어놓고 있긴 했지만.


마인츠 역에서 올라탄 열차왼 맞은 편의 꼬마 손님. 라인강을 따라 달리던 기차의 바깥 풍경에 절로 눈이 간다.

쾰른 역에 내렸다. (당연히도 내가 탔어야 할 리에주 행 ICE 열차는 떠난 지 오래였다.) 다시 기차표를 사야 하나, 싶었지만 불가피한 사건사고로 인한 열차 지연이내 잘못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고, 독일철도청 안내데스크에 예약한 기차표를 보여주며 문의를 했다. 다행히 한 시간 반 후에 있는 기차를 타고 가도 된다는 확답을 받아냈다.


한 시간 반 동안 무엇을 할까 하다가 괜히 승강장에서 시간을 낭비할 바에는 역 바로 앞에 위치한 쾰른 대성당에 앉아서 일기라도 써보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성당은 때마침 저녁 예배를 준비 중이었고, 그 덕에 나는 부드럽고도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연착 소동 없이는 이 소리를 즐길 수 없었겠지, 하면서 눈을 감았다 떴다 해보니 어느새 기차를 타러 갈 시간이다.


뜻밖에 쾰른대성당




To.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한 시간 반의 시간을 벌고서 쾰른 역 내부의 한 서점 구경을 가장 먼저 했다. 과외 전단지 모양을 한 엽서들을 팔고 있었는데 그중 한 엽서가 꽤나 귀여웠다. "(널 위한) 시간 있어: Ich habe Zeit für dich'라는 문장과 함께 1시간(1.Stunde), 2시간(2.Stunde)... 많이 많이(viel, viel Zeit)하는 문구들이 적힌 엽서였다. 우연히 쾰른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는 나로서는 눈이 갈 수밖에 없는 엽서였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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