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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Choi Oct 11. 2017

노동의 가치

by Wodian Grace

안녕하세요? 워디랩스 Grace 입니다.


긴긴 추석 연휴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이번 추석기간 친정이 있는 부산 - 시댁이 있는 경주를 거쳐 가족과 함께 강원도 ‘영월'에 이르는 

자동차 여행 대장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와 요 며칠간은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교안을 만들고, 고객사를 만나고, 

강의를 하며 빠르게 바쁨 모드에 적응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이렇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했어요. 

얼마를 벌던, 내가 좋아하고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는 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문득, 나는 왜 이리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문득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이모네 공장일을 도와주겠다며, 채비를 하시는 어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삶의 대부분을 가정주부로 살았지만, 끊임없이 부업을 하며 잠시도 가만히 계신 적이 없었어요.


제가 아주 어럴적은 밤 까기, 인형 눈 붙이기 등의 가벼운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하시더니, 

초등학교 무렵에는 새벽시간 세탁물을 수거하는 아르바이트도 하셨어요,


아침마다 아파트 복도를 돌아다니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세탁' ‘세탁’을 외치는 일이 보통 

낯부끄러운 일이 아닌데, 저희 어머니는 방앗간 집 딸로 자라 원래 목청이 엄청 크시거든요.

그래서 그 일로 강점을 인정받아, 세탁물 수거율이 높아 사장님께서 아르바이트비를 더 챙겨 받곤 했지요. 


전, 사실 어머니의 일이 정말 부끄러웠어요. 옆에 앉은 짓궂은 남자아이가 학교에서 엄마의 일을 놀리기도 했는데, 그 친구를 보온 도시락 통으로 머리를 후려쳐 선생님께 엄청 혼나기도 했습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어찌나 일하는 것을 좋아하시는지 


이런 어머니가 늘 달고 사는 말은 "직업에 귀천이 없다” 였어요. 정당하게 일하고, 돈을 버는 행위는 고귀한 것이고 부끄럽고 그렇지 않은 직업이 결코 없다는 것이 그녀의 신조였지요. 


칼뱅이 살아있다면, 저희 어머니를 수제자로 삼았을 겁니다. :)


전 일이 힘들고, 가치 없게 느껴질 때는 어머니를 늘 떠올립니다. 


내가 이런 것 까지 해야 하나? 이런 자질 구래 한 것까지 챙겨야 하나? 이런 건방진 생각이 머리를 쳐들면

어머니의 두더지 방마기로  마꾸 때려주곤 합니다. 


목적한 바를 해 내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수많은 자질 구래 하고, 때로는 얼굴 붉히고, 때로는 자존심을 긁는

일들일 지라도 '내가 하는 일’은 귀한 것이니, 나 조차도 그 일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부여잡곤 합니다.  물론 이 두더지 때리는 일을 하루에도 몇 번이고 반복하기도 하지요.. 


30년 넘게 한국에서 뼈를 묻고 살아온 저에게, 우리나라는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에 무척 인색하다고 피부로 느낍니다.


특이나 단순 노동이라고 생각되는 대부분을 일들을 평가절하하곤 합니다. 상품을 원가로만 계산하려고 하고, 그 상품을 만들어 들어가는 노동력과 기타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노동의 가치를 후려치고 서로가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단순노동뿐 아니라, 지식노동의 경우에도 사실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 근본적인 이유는, 제 생각엔 자신의 일의 가치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에 있지는 않은지 조심스럽게 짚어봅니다. 물론 성선설의 전제하에서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자신의 업의 가치를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타인의 노동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눈이 있지 않을까요?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가, 지나가는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듯 말이에요..   



우리, 지금 하고 있는 일.. 얼마나 사랑하고 있나요? 



Be Wodian 

G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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