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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Choi Nov 15. 2017

건축가를 꿈꾼 소녀, 이제 꿈을 이루다.

Work Designer Grace

어느덧 11월이네요. 날씨가 추워지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습니다. 세월의 이리 빨리 지나가나 싶어 술잔에 손이 자주 가는 날들이네요. :)  혹시 워디 레터 독자분들은 어릴 적 어떤 직업을 꿈꾸었나요? 


요즈음 문득 어릴 적 저의 꿈이 자주 떠오릅니다.

사실, 저는 아주 예전부터 건축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공간을 만들어 내는 일이 정말 멋져 보였습니다. 제가 디자인이라는 단어에 집착? 하는 것도 이 때문일 듯합니다. 

그런데.. 전 수학을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특별히 더 못했습니다. 수학 성적이 좀처럼 나오지 않자, ‘문과’를 선택했고,  그 당시에는 이과를 가야만 건축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학과-직업 프레임에 갇혀 시도조차 하지 못했었지요.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건축책을 사보고 멋진 건물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기도 하고 유명한 건축가의 스토리에 감명받고, 내가 만약 건축가가 되었다면 어떤 집을 지었을까?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최근 저의 취미생활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건축’과 제가 하려고 하는 '일' 디자인과 매우 닮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다른 장면이긴 하지만 '설계역량'을 발휘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에 영향을 주는 건축가가 하는 일의 본질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억지 같지만, 저는 꿈을 이룬 '샘'이고, 더 비교해 보자면 '해체주의적 관점'에서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가들과 닮아있었습니다.  

혹시, 여러분이 지금 살고 있는 집, 어떤 모양을 하고 있나요?

아파트, 빌라, 주택 할 것 없이 우리는 네모난 공간 속에서 가능하면 효율적인 공간 배치 안에서 필요한 것들을 넣어가며 공간 안에서 경험합니다. 루이스 설리번이 “ Form Follows Function” (기능은 폼을 따른다)는 말은 문장은  지금의 우리가 사는 네모 나한 건물, 아파트의 형태를 만들게 한 장본인데, 모더니즘이라 불리는 시대사조를 그대로 표현한 문장이기도 합니다. 기능과 효율성이 공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였고 그 안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대로 세상을 따르며 살아가는 것이 공간에서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요. 

그런데 동글동글한 이상하게 생긴 건물들도 보신 적 있지요? 우리 주변에서 자주는 볼 수는 없지만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우리나라의 동대문 DDP 등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이 같은 '랜드마크'와 같은 유명한 건물들은 "Function Follows Form” (폼은 기능을 따른다)는 해체주의 철학을 담고 있는 것들입니다. 이 건물들의 공통점은 ‘직선'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직선이 없으면 활용할 수 없는 공간도 많이 생기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엄청난 비용의 건축비용과 자재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최근 지어지는 건축물의 큰 흐름은 네모난 것들에서의 탈피입니다. 

그러나 자연에는 사실 직선이 아예 없거든요. 돌, 산, 나무.. 직선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유연한 곡선으로 구성된 건물에 들어가면 어머니의 뱃속에 다시 들어간 듯한 묘한 안락감을 느끼게 됩니다. 공간 안에서 가장 인간적인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구분하고 이를 붙이기를 좋아하는 학자들은 이를 해체주의라고 부르고 있는데, 기존의 모더니즘 적 관점에서는 파격과 혁신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해체주의가 '일'에서도 고스란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입 아프게 이야기하고 있는 지금의 세상, 일의 변화의 장면에서도 오버랩이 됩니다. 'Form' 안에 어떻게든 맞추어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과 기능이 분명하다면 방법론은 다양해질 수 있는 ‘일'이 가지는 형태적 변화가 최근의 흐름과도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노매드로도 일할 수 있는 일의 공간에서의 해체, 일의 장르의 해체, 평생 직업의 개념 해체 등등  

일은 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해체되고 있지만, 워크 디자이너로 준비하며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즐기기만 한다면 마치 내 집을 직접 지어나가는 극도의 자율성을 경험해 볼 수 도 있는 해볼 만한 일입니다. 


해체주의의 핵심은 '인간성 회복' 즉, 그동안 인간을 환경적으로 구속해 왔던 여러 요소들에서의 탈피입니다. 

미래학자들은 일의 미래와 변화에 두려워하고,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류 역사상 인간이 가장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기존의 것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고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지금껏 살던 그 어떤 세상에서도 느낄 수 없는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은 '상황'을 바라보는 내 선택에 달려있지 않을까요? 


* 11월 25~26일 일 다시 디자인하다는 주제로 열리는 ‘리웍콘’ 이 성수동 카우앤독에서 진행된다고 합니다. 이 행사의 주최자인 리웍콘의 대표님은 SBL때부터 만나온 워디 레터 애독자이자 1대 워크 디자이너? 이기도 하지요.^^ 진심으로 반가운 행사입니다. 워디 랩스도 본 행사에 연사로 초대받아  26일 오전 일정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저희 외에도 훌륭한 연사들의 ‘일’에 대한 진보적 관점이 공유되는 자리오니, '리웍콘'에서 일의 진정한 미래를 함께 이야기 해 보아요!  

- 리웍콘 공식 홈페이지 http://reworkcon.com
- 리웍콘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ReworkConference2017


Be Wodian 

G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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