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5000이 별거냐 할 수 있지만,그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두 자리를 찍으면 쾌재를 부르는 게 일상이었다.
과정 자체는 별 게 없었다. 정말 운 좋게도 페이스북 페이지 <인생공부>, 그리고 신영준 박사님이내 글을 공유했다는 그 사실 하나로 구독자가23500%나 증가했다.
어떻게 빵 터질 수 있었는지 분석해보자. 글의 어디가 좋았을까? 내용이? 첨부한 영상이?전적으로 말하면, 그저 운이 좋았던 거다.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수학을 멋들어지게 하는 학자가 아니더라도 좋다. 내가 쓴 글을 유명한 페이지가 발견하고서는 공유를 해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설령 공유해줬다 한들, 그 게시물이 빵 터질 확률은? 극히 낮지 않을까?
그 전날, 아니 당일 아침까지도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복잡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단어의 정의는 분야마다 달라서 명확하게 짚을 수없지만, 저마다 공통적으로 다루는 개념이 있다.
복잡계는 확률적으로 극히 낮다고 여기지만 일단 발생하면 어마어마한 파급효과를 낳는 사건이일어나는 세계다.
1. 이는 너무 복잡해서 예측할 수 없으며(예측 불가능성) 2. 그렇기 때문에 몇 가지 단순한 이론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환원주의적 오류).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나비 효과"가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인데,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소한 사건이 엄청난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이해한다.
하지만 이 예시에서 방점을 찍어야 할 곳은 다른 데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키기까지 얼마나 많은 변수들이 작용했을까? 옆집 아주머니의 부채질이,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당신의 발걸음까지. 우리는 이 모든 걸 찾을 수 있을까?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킬 수 있지만, 반대편의 태풍을 보고서 범인이 나비라는 것을 찾아낼 수 없다.원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이 너무나도 복잡해서 결과에서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복잡계의 핵심이다.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원인이 될만한 어떤 현상을 보고서 이것이 결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예견할 수 없다.
즉, 우리는 그 현상이 복잡계에 놓여있다면 이를 예측할 수도, 그 원인을 파악할 수도 없다. 우리가 운이라고 부르는, 수많은 요소들의 상호작용이 결과를 어떻게 뒤흔들지 아무도 모른다. 설령 우리가 예측해낸들, 그 역시 복잡계가 만들어내는 수만 가지 시나리오 중 극히 낮은 확률로 맞아떨어진, 순전히 운일뿐이다.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인데, 이번에 읽은 <블랙스완>에서는 이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렙, <블랙스완>
블랙스완은 말 그대로 검은 백조를 의미한다. 귀납주의의 반례로 등장한 개념인데, 우리가 100년 동안 흰 백조를 관찰한 결과로부터 "모든 백조는 희다"라는 귀납적 명제를 세운다고 하자. 검은 백조는 그에 대한 반례이다. 이러한 예시가 나타날 확률은 경험적으로 극히 낮다고 여기지만 그 하나의 존재가 이제껏 세웠던 패러다임을 한순간에 뒤흔들 수 있다. 블랙스완은 이러한 "반증 가능성"에 대한 표상으로 쓰인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상당히 당황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예측이 어려우니 전문가의 말을 믿어서도 안되나? 모든 것이 운에 달려있다면 아무것도 안 하고 로또나 매일 사야 되나?
첫 번째, 예측이 어려우니 전문가의 말을 믿으면 안 되는 건 맞다. 단,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분야에 따라 복잡도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주식 차트를 위시한 사회, 경제적 현상은 대표적인 복잡계이다. 이런 분야에서는 전문가의 말을 참고하되 믿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긍정적인 블랙스완에는 최대한, 부정적인 흑조에는 최소한으로 노출하는 행동이다. 쉽게 말하면 예측하지 말고 최악의 상황에 늘 대비해야 한다.(이를 "안티프래질"이라고 하는데, 아직 책을 읽지 않아 다음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반면, 우리의 일과를 생각해보자. 학교에서 높은 성적을 받거나, 사람들 앞에서 말하거나, 글을 쓰는 것 등은 낮은 복잡도를 지닌다. 운이 작용하는 영역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자신의 실력이 큰 요소로 작용한다. 이런 영역에서는 요행을 바라지 말고 그저 묵묵히 실력을 쌓는 게 중요하다.
두 번째, 로또는 복잡계가 아니니 착각하면 안 된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로또를 비롯해 도박은 복잡계가 아니다. 확률을 명확하게 계산할 수 있으며, 외부 요소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확률에 변동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복잡도가 낮다. 따라서 기댓값을 계산할 수 있고, 대수의 법칙을 따라가기 때문에 횟수가 증가할수록 필연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그러니 로또는 좋은 대안이 아니다.
정리하면,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복잡하다. 그러니 이것이어떤 패러다임으로 굴러가는지 이해해야 한다. 세계를 알아야,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태도를 결정할 수 있다. 이 책이 당신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