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ny Oct 21. 2019

아티스트는 거울에서 답을 찾는다

닮고 싶은 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 딱 하나다.

닮고 싶은 사람이 있었나?


처음에는 스티브 잡스였다. 고등학교 때 처음 썼던 아이팟부터 시작해, 잡스가 애플의 수장일 때까지만 해도 나는 자타공인 앱등이였다.

그가 늘상 강조했던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교차로”는 내가 서길 원하던 자리였다. 과학 다큐멘터리 PD와 IT기업의 CEO의 공통점이 어디에 있을까. 분명히 하려는 일은 달랐다. 다큐 영상과 전자기기 사이에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비전만큼은 일치했다. 메세지로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 그 역시 문화를 바꿈으로써 세상을 뒤집었다. 나 역시 그러고 싶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딱히 누군가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영감 가득한 분을 만나면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들어도 그와 같아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의 장점은 흡수하지만 내 색깔을 잃고 싶지 않다. 나는 나이니까.

가장 좋아하는 화가를 꼽으면 단언코 빈센트 반 고흐를 얘기한다. 그런데 그의 그림이 좋아서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그의 그림보다 그가 더 좋다. 그가 동생에게 쓴 편지를 묶어 낸 책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고 나서부터였다. 그의 글에는 자존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마음.

태양의 화가라 칭송해 마지 않는 그이지만, 정작 살았던 당시에는 평생 돈 한 푼 제대로 벌어보지 못하던 사람이었다. 언젠가 그림이 팔릴 것이라 기대하면서도 시궁창 같은 현실에 일희일비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스스로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그는 자신이 걸어가는 그 길에서 절대 멈추지 않고 올곧게 걸어나갔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그림,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배움과 영향을 주었겠지만 그는 그 어떤 것도 닮지 않는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 낸다.

아티스트는 거울에서 답을 찾는다. 만나는 모든 사람마다 배울 점은 있다. 그 중 누군가는 멘토로 삼고 싶을만큼 더 나은 내 모습을 이끌어주지만, 결국 그려야 하는 건 내 그림이지 남이 아니다. 예술가의 마음으로 살고 싶다. 내 불완전함을 껴안으며 나아갈 테다. 내가 닮고 싶은, 되고 싶은 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 딱 하나다.

이전 05화 우리 안에 가치를 담으려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