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으로 구워 지은 집

어른이 되는 여러 방식 중 한 가지

by 생각의 틈

어떤 이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자신의 취약함을 아는 것이라 하고,

또 다른 이는 자기 몸에 밴 부모의 잘못된 모습을

끊어낼 수 있어야 진정한 어른이라고 하죠.


저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만큼을 알아가며 사는 것이죠.

‘아기 돼지 삼 형제’의 집 짓기와 같이,

내가 살 집을 내가 짓는 것이죠.


게으른 습관대로 어설프게 짚으로 지은 집은

‘늑대’의 한 번의 콧김에 날아가 버리죠.

빨리 놀고 싶어 널빤지로 집을 지으니,

이 집도 ‘늑대’가 숨을 몰아쉬면 쉽게 무너지죠.


그다음이 벽돌로 집 짓기입니다.

저에게 벽돌은 약속으로 구워낸 거죠.

저와 저 자신이 서로 새끼손가락을 걸고 한 약속이 지켜질 때마다

벽돌 한 장이 구워지고 쌓이며, 집이 지어지는 시스템인 거죠.


♧♣♧


제가 짜증을 내는 횟수를 줄이거나

걸을 때 돌멩이를 힘껏 차지 않는다거나

튀어나오려는 욕을 몇 번은 꿀꺽 삼킨다거나

아침 잠자리를 정돈한다거나

하루에 한 번은 하늘을 올려다본다거나

만나는 사람에게 미소를 짓는다거나

함께 사용하는 공간을 깨끗하게 사용하거나

마구 벗어놓은 신발을 가지런히 놓는다거나

남 탓을 덜 한다거나 · · · · · · · · ·

그렇게 하나하나씩 약속이 지켜지면서 벽돌이 만들어지는 거죠.


♣♧♣


약속에 신뢰가 쌓이며 벽돌의 밀도도 점차 높아져서,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벽돌로 집이 지어지는 것이죠.

‘늑대’가 온 힘을 다해 불어도 끄떡없는 내 집인 거죠.

‘늑대’의 위협에도 겁먹지 않는 탄탄한 내 마음인 거죠.


자기 신뢰로 지은 탄탄한 벽돌집에서

이 세상과 만날 수 있는 것이 어른인 거죠.

튼튼한 내 집이 있어서,

어떡하든 살아낼 수 있지요.


사는 동안 보수공사는 계속돼야겠죠.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있고, 계속되는 장마도 있으니까요.

날이 좋은 날은 지붕 위에 눅눅한 살림살이를 널어 말릴 수도 있지요.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또다시 시작할 수 있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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