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꽃을 꺾어주지 않으련.
그 꽃이 참 예쁘구나, 한 송이 꺾어 내게 주지 않으련.
빨갛고 청명한 꽃잎이 마치 네 혈관 아래 흐르는 것들과 닮았구나.
겁도 없이 줄기를 움켜쥐는 자들의 손바닥에 가시를 단단히 박고
붉은색을 빨아들이고 또 뽑아내었겠지.
참으로 어여쁘다, 누군가의 생기를 취해 얻은 그 찬란함이.
참으로 찬연하다, 또 다른 누군가의 겁 없는 손길을 기다리는 그 심상함이.
온 잎이 뜯겨 나가고 흙바닥에 뒹굴어도
오롯이 혼자 남아 또 다른 생명을 탐하려는,
가시 돋친 줄기의 자태에 탄복을 금할 수가 없구나.
하늘을 향해 쭉 뻗은 핏빛 목숨이, 실로 곱디곱다.
그 꽃을 꺾어주지 않으련.
저 아름다운 빛을 내 안 가득 담아야겠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