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잠에서 깼다. 악몽을 꾼 것 같은데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옆자리를 더듬었다. 텅 빈 이불에 한기가 느껴졌다. ‘어딨어?’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암흑 속에서 무언갈 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이리저리 흩어진 물건들에 걸려 넘어지며 허겁지겁 스위치로 기어갔다. 달칵. 순식간에 밝아진 허공에 눈을 질끈 감았다. 시린 눈을 억지로 빛에 적응시키며 방을 훑었다. 두꺼운 솜 이불은 침대 밑에 구겨져있고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아무도 없었다. 어딜 간 거야? 작게 신경질을 내며 방을 나서려는 찰나였다. 멈칫.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생각났다, 내가 꾼 꿈.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이 방을 나서면 간밤에 꾼 흉몽이 현실이 될 것 같아서.
네가 떠났다. 나는 악몽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