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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공이 Jun 22. 2021

베이킹의 마중물

망원, 지아네 요리공작소

홈베이킹에 몇 번 도전했다. 실패도 쓰고 쿠키 맛도 썼다. 멈춰왔던 홈베이킹을 다시 시작하고 즐길 수 있게 된 건 어느 날 친구를 따라간 망원에서의 원데이 클래스 덕분이다.

큰 나무 책상과 몇 개의 의자, 작은 냉장고와 큰 오븐들이 들어 있는 자그마한 공간. 전문가 복장을 한 선생님께서 우리를 맞이하셨다. 설명은 복장보다 더 전문적이었다. 좀 길 수도 있지만, 설명을 다 하고 시작하겠다, 고 말씀을 시작한 선생님께서는 스콘의 기원(?)부터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 그래서 우리가 할 과정, 다양한 재료들에 대해 쭉 설명해 주셨다. 이해해야 기억할 수 있는 나는 계속해서 질문했는데 선생님께서는 귀찮아하지 않으시고 친절하고 명쾌하게 대답해 주셨다(선생님이 주신 레시피 종이가 필기로 빼곡해졌다).

설명을 끝낸 선생님께서는 스콘은 두 종류, 사람은 세 명이기 때문에 한 분은 이 스콘 반죽을 모두 만들고, 두 분은 이 반죽을 둘로 나누어 만들 것이고, 2시간 안에 끝내기 위해 얼마나 휴지를 하고 무엇부터 언제, 얼마나 구울 것인지를 알려주셨다. ‘프로페셔널’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의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나자 가게에서나 보던 예쁜 때깔의 스콘들이 완성되었다. 2시간의 수업 시간 안에 완성한 스콘을 차와 함께 즐기는 시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난 스콘이 그렇게 바삭바삭하고 풍미 있는 줄 처음 알았다. 플레인 스콘과 초코칩 스콘. 나는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만든 초코칩 스콘은 정말 맛있었다. 남은 스콘은 식기를 기다렸다가 하나씩 포장해 와서 두고두고 먹었다.

한 번 제대로 배우고 왔다고, 이후 나의 홈베이킹은 순조로웠다. 힘겹게 낑낑대다 보면 이거 3,500원이면 사는데, 싶을 때도 있지만 파는 것 같은 맛과 비주얼을 만들어 냈을 때, 그래서 같이 먹는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때의 기쁨이 참 크다. 맛있는 취미를 가지게 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하며, 프로페셔널리즘이 얼마나 널리 인간에게 유용한지 절감하며, 새삼 나는 어떤 직장으로 살고 있는지 1g 정도 생각해 본다.

홈베이킹 입문자를 위한 팁: 박력분이 필요하다고 하면 박력분을 준비하세요.

홈베이킹 입문자를 위한 팁 2: 전자저울을 당장 구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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