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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공이 Mar 15. 2022

아직도 곱창보다 대창을 좋아하세요?

- 청어람

맛있는 고기 부위를 두고 왜 내장을 먹는지 이해가 안 가는 분들이 계시죠? 이해해요. 저도 왜 내장을 먹는지 이해가 안 가면 좋겠네요. 전 내장을 좋아해요. 자주 먹진 않지만 호감을 느끼고 있어요. 아, 소 내장이요? 없어서 못 먹죠…. 근데 사실 곱창은 먹으면 좀 꿉꿉한 맛이 나서 대창을 좋아했었어요. 대창이 엄청나게 고소하고 맛있잖아요(그게 다 기름 덩어리 맛이라는 걸 듣고 더더욱 자주는 못 먹어요).

이날은 우리 팀(편의상 팀으로 지칭) 회식이 있던 날이었는데요, 같이 맛집 가서 맛있는 것 먹는 게 또 재미잖아요. 그래서 검색해 보는데 청어람이 망원 ‘찐('진짜'를 강조하는 말)' 맛집이라고 떠서 궁금해서 함께 가 보기로 했어요. 사람이 그렇게 많다길래 다들 일찍 나서서 평일 5시 30분쯤 도착했거든요? 다행히 대기는 안 했는데 금세 사람이 차는 걸 보고 놀랐어요. 가까이에 분점도 있는 것 같던데요(돈을 쓸어 모으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얼른 주문하려는데 아뿔싸, 메뉴판에 대창이 없는 거예요. 좀 속상했지만 어떡해요, 그냥 다른 것 시켜야지. 사실 여기는 곱창전골이 유명하대서 온 거였거든요. 근데 곱창전골만 먹자니 좀 아쉬워서 구이 좀 먹고 전골 먹자, 해서 곱창이랑 양깃머리를 주문했어요.

양파 덩이랑 큰 감자가 심플하게 나오고 직원분께서 시크하게 고기, 아니 내장을 구워주셨어요. 어느 정도 구워지니 먹으라고 알려주시고 시크하게 자리를 뜨셨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대창> 양깃머리> 곱창인 사람이라 곱창은 기대를 안 했는데, 한 입 먹고 충격을 받았어요. 너무 고소하고… 맛있는 거예요… 오히려 양깃머리는 많이 익어서 그런지 뻣뻣한 느낌이 들었는데 곱창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있었어요. 이래서 사람들이 곱창을 좋아했다는 것을 알았죠.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 모두가 곱창이 더 맛있대요. 곱창의 참맛을 알려준 정말 고마운 가게죠. 이 이후에는 다른 데 곱창이 좀 덜 맛있어도 이미 곱창에 대한 마음이 활짝 열렸기 때문에 감안하고 먹을 거거든요.

중간에 내장을 구워주러 오신 사장님께 칭찬 세례를 했더니 싫지 않은 눈치셨어요. 즐거운 구이 뒤에는 입가심으로 곱창전골을 시켜봤거든요(사실 주변 대부분이 곱창전골을 먹고 있었어요). 제 입맛에는 첫 느낌이 좀 칼칼하고 깔끔했는데, 익으면서 채소들이 물기를 내뿜어서 나중에는 국물이 훨씬 많아지고, 곱창전골 속 곱창의 곱이 튀어나오면서 점점 국물이 되직해져요. 그 깊은 맛을 느끼다 보면 조금 매우면 어때, 이따 배탈이 80% 확률로 난들 어쩔 수 없지 하고 즐기게 돼요. 물론 그렇게 푹 익힌 곱창은 구이처럼 꼬들꼬들하진 않지만 어때요, 국물과 같이 먹으면 너무 맛있는걸!

그래서 정리하자면, 이제 누가 저한테 곱창하고 대창 중에서 뭘 좋아하냐고 물으면, 저는 곱창이라고 대답할 거라는 거예요. 대창아, 아직도 사실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하더라고. 널 먹으면 내가 너무 살이 찌니까 내 마음이 너무 아프겠지, 그러니까 맛도 괜찮고 그나마 기름이 덜 있다고 추정되는 곱창으로 갈아타도록 할게. 넌 내가 아니어도 이미 많은 사람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어서 아무 타격 없을 걸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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