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꿔왔던 시간을 잠시 그려본다

[꿈과 희망] 도대체 음악이란 무엇일까?

by 강현주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당시 ‘가요톱 10*’이라는, 지금은 전설의 프로그램으로 남겨진 음악 프로그램을 너무도 좋아했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수요일은 그 프로그램을 만나기 위해 콘서트 현장으로 가는 듯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도 행복했다. 새로운 음악을 만날 기회도 있지만 여러 가수의 출연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과 스타들도 함께 볼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 된 것이다. 물론 어릴 때부터 음악을 너무도 사랑했고, 초등학생 그리고 중학생이 되면서도 공부는 하는 둥 마는 둥 라디오만 틀어 놓고 괜스레 숙제해야 할 공책에 음악 낙서를 하고 있었으니 말은 다 한 것이다.


*가요톱 10; 1981년부터 1998년까지 대한민국 한국방송공사(KBS)에서 방송되었던 인기 가요 순위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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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아직도 확실히 잘 모르겠다. 왜 그렇게 음악을 사랑했었는지. 그러나 사춘기 시즌이 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조용해지고 차분해지며 내성적으로 변하면서 수줍음을 음악으로 달랬던 것은 아닐까? 수줍음은 소녀 감성을 가지게 된 것이라 보고 좀 더 감성적인 심리로 변하고 있었다는 증거이지 않을까 싶다. 학교를 등교하는 이유도 공부도 있겠지만, 우선 친구들과 만날 수 있고 그들과 편지나 일기장을 교환하면서 누군가에게 다 털어놓지 못하는 여학생의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었던 그 시간을 지금 다시 생각해도 아주 절미하게 아름다운 듯하다.

왜냐하면, 지금 이 나로서는 절대 되돌릴 수 없고 다시는 느낄 수 없는 아주 청순했던 시절의 내 모습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모습도 생각해 보면 너무도 아름다웠고 순수했음을 짐작할 수 있고, 그때의 소녀 감성은 지금도 잔잔히 좋아하던 음악들을 다시 들어보면서 되뇔 수 있다.



좋아하던 음악 스타일은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배철수 아저씨께서 전해주시는 월드 팝송 속 Backstreets Boys, TLC, M2M, Boys 2 Men, Mario Carey, Puff Daddy, Spice girls, Will Smith, Christina Aguilera 등 노래 좋은 가수들을 꽤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그들의 음반도 있지만, 그 당시 유명한 팝을 모아서 들려주던 ‘Max’, ‘Now’ 음반을 그렇게 좋아해서 매번 발매할 때마다 레코드 가게로 가서 음반을 사는 낙으로 살았다. 그리고 <FM 데이트>, <한밤의 데이트>, <음악이 흐르는 밤에>, <FM 음악도시> 등 새벽까지 여러 프로그램을 계속 연이어 들으면서 아름다운 밤들을 보낼 수 있었다. H.O.T의 찐 팬이었던 나는 그들이 나오는 곳곳마다 방문하여 녹음한다고 난리를 쳤고, 나오는 스타들의 재미난 이야기와 멋진 음악 소리를 들으면서 내 마음은 무엇인가로 가득 메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 시절 중학생이란 신분에 맞는지 아닌지도 모른 채 마냥 아버지께 기타를 사달라고 졸라대는 일이 생겼다. 아버지도 어릴 적 기타를 잘 아시던 분이라 기타 악기 하나라도 손에 익히면 나중에 행복하리라는 것을 아셨기에, 바로 통기타 하나를 선물로 받을 수 있었고 그 기타 연습을 하면서 마냥 신이 났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혼자서 서점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음악’ 코너로 들어가더니 ‘작곡’에 대한 책을 고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고, 6살 때 잠시 피아노 학원에 다니며 연습이란 연습은 죽어도 하지 않았던 한 아이가, 신기하게도 악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른 채 ‘작곡법’에 관한 책을 찾고 있었다.



그땐 무엇이 그렇게도 궁금했을까? 중학교 땐 학교 합창부에서 3년 동안 메조소프라노를 시작으로 소프라노 파트의 단장까지 맡아가면서 즐겁게 노래를 부를 줄은 알지만, 그것을 악보 화 해보겠다는 도전 하고픈 의지가 발동한 것이다. 궁금한 것을 못 참고 있던 성격이라 새로운 거리를 발견하게 되면 이리저리 찾아보는 것이 나의 스타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답을 찾으러 혼자서 떠나려 했다. 악보를 구매하고는 기타나 피아노 연습도 해보고 그것을 새롭게 만들어 보려 노력해 봤지만, 애써 노력해도 그 나이에 혼자서 딱히 답 없는 악보 공부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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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음악이란 무엇일까?



5~6년쯤 흘렀을까. 고등학교 2학년 되어 그해 여름방학 때, 친구들은 하나같이 다들 연필을 잡고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왜 공부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고, 연필과 노트는 일기나 편지를 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란 상상 속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혼자서 다시 무엇인가 꺼내 들고 주섬주섬 읽기 시작하는데, 바로 일기장이었다. 어릴 적부터 차근히 적어온 내 일기장 속에서 내가 진짜 무엇은 원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것을 찾기 위해 한 장 두 장 일기장을 넘기면서 읽어 내려가는데, 찾은 것은 음악을 들으면서 내가 너무도 행복해하고 언젠가 음악으로 무엇인가 만들어 보고 싶은 게 바람이었음을 알게 된다.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나 주변 인물들에게 물어보고 도서관에서 악보를 찾아보며, 도대체 음악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것인지 제대로 알기 위해 애를 쓰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분야이지만 어떻게 하면 잘하는 것인지는 모르기 때문에 기본적인 자세와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지 고민의 고민을 늘어놓았다. 그 고민이 시초가 되어 친한 친구의 소개로 유명하신 작곡 선생님의 연락처를 받게 되었고, 선생님을 찾아뵙기 위해선 부모님께 내 마음과 바람을 전해드린 뒤 결정을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펜을 잡고 부모님께 편지를 작성한다. 사춘기 때라 아버지랑 대화를 많이 못 나누던 시기다 보니 나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드리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대화를 나누기 전에 글로써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 당시엔 친구들과 편지를 많이 주고받았던 시기라서 편지에 대한 애정도 생겼다. 모든 것은 대화로 다 해결되는 게 아니란 걸 알았고, 그래서 ‘편지’라는 선물 같은 소통 도구를 발견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내용은 음악에 대한 사랑과 도전하고 싶다는 열정에 관한 것들이었다. 딸로서 음악가로 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막막한 부분이지만,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도, 대학교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도 모두 ‘음악’이란 친구 때문이라고 전해드리고 싶었다. 혼자서 방황하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모습에 걱정만 끼쳐드렸지만, 이젠 무엇인가 딸내미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1, 2,,, 5일 정도 되었을까. 매일 아침 부모님 방문 앞에 고이 놓아둔 편지는 부모님께 잘 전달되었고, 어느 날 아버지께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신다. 아버지께서도 공부하고 싶어 하는 딸의 모습을 좋아하시며, 내가 그렇게 좋아하고 열심히 할 수만 있다면 시작해 보라고 승낙해 주셨고, 아버지와 함께 작곡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러 찾아갔다. 처음 뵙던 선생님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꼼꼼하시고 차분하신 선생님의 모습과 말투에서 예술적인 향기가 전달되었고, 서로 대화를 나누시면서 나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방향으로 공부를 해나가면 되는지 알려주셨다.



그리고는 당장 그해 여름방학 때부터 작곡 레슨과 피아노 레슨 그리고 혼자서 해야 할 입시 공부를 제대로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도 않던 공부는 인제야 시작하려니 아등바등 야단 났었지만, 내가 알지 못하던 지식을 차분히 인지하기 위해 계속 책상에 앉아서 책과 씨름을 펼쳐나갔다. 누가 이기든 말든 상관없이 무턱대고 찾게 된 나의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한다. 또, 6살 때 쳤었던 피아노를 다시 연습하기 시작하고, 작곡을 위한 악보 분석 및 음악 감상 등 다양한 영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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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였을까? 이런저런 다양한 공부를 한꺼번에 시작하면서 당황하거나 정신이 없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것이 나의 스타일이었는지 난 그냥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공부하는 시간이 든 레슨 받거나 연습하는 시간이 든 너무도 즐거웠다. 무엇인가 배우고 있다는 그 상황 자체가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뿌듯하고 흥미로웠다. 그 덕분에 음악에 대한 애정이 더욱더 강해지고 깊어졌으며, 음악을 알게 되면서 왜 음악의 아름다움은 여전한지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 ‘음악’의 아름다움을 누구에게든 전달하고 싶었고, 그 희망을 품었기 때문에 공부하는 맛을 알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작은 희망과 꿈이 사라지거나 버려지지 않고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도록 나와 함께 꾸준히 친구가 되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음악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고 지금은 잠시 음악과는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며 휴식 중이다. 하나에 전념하면 더 무색해져 버리거나 그 소중함을 잊은 채 지칠 때가 생긴다. 그 시간을 겪는 중이라서 다시 음악을 더욱더 사랑하기 위한 준비 단계를 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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